6월 비농업 일자리 37만개 증가… 시장 예상치 넘어
예상보다 강한 미국 고용 시장이 미국 경제를 둘러싼 경기 침체 논란에 새로운 불을 지피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고용이 연일 호조를 보이는 상황을 과연 경기 침체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9일 CNBC 등 경제 매체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예상을 웃도는 고용지표를 근거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 경제 상황을 침체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상황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6월 비농업 일자리가 37만 2000개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25만 개)를 크게 웃돌고 실업률도 전달과 같은 3.6%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상승에 그치며 임금 인상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일자리 데이터는 현재 경기 침체에 관한 논의가 허황됨을 보여준다”며 “침체 주장은 과장됐으며 임금 부문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앤드루 헌터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낮은 실업률은 팬데믹 이후 미국 기업들을 괴롭혀온 일손 부족 현상이 수개월 전처럼 심각하지 않은 상황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판단이다. 예상보다 강한 고용은 침체 우려를 떨치게 해주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연준이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근거가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을 합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을 신경 쓰고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강한 고용 시장이 확인된 만큼 연준은 이달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확률이 크다. 시장에서는 13일 나올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5월(8.6%)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산운용사 윌밍턴트러스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고용 증가세는 당장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지나 러몬도 연방 상무장관도 미국의 성장이 강력하다면서 경기침체에 빠질 어떤 이유도 없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러몬도 장관은 10일 ABC 방송에 출연해 ‘금리가 계속 오르는 데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경제는 5∼6%라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경기침체를 예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면서, 강력하지만 좀더 안정적인 성장으로 옮겨가리라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2분기 연속 역성장의 의미를 간과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이날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예측 모델에 따른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는 -1.2%로, 앞서 -2.1%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는 ‘기술적 침체’로 간주된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는 “미국의 경제 전망이 꽤 밝다”면서도 “미국은 전통적으로 경기 침체로 여겨지는 상황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