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부정확한 정보 제공”, … 440억 계약 76일만에 철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와 440억 달러 규모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 76일 만에 인수를 전격 철회했다. 머스크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트위터는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9일 CNBC 등에 따르면 머스크 측은 전날 트위터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트위터와의 인수 계약 당시 머스크가 믿었던 정보들이 사실과 다르거나 호도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위터 측에 책임을 돌리며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머스크 측은 트위터 플랫폼 실사를 위해 요청한 정보를 트위터 측에서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거나 고의적으로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간활성이용자수(mDAU)를 기준으로 한 스팸 및 가짜 계정 추산 프로세스, 식별 및 삭제 방식, 트위터 재정 상태에 관한 자료 등이 부족한 정보 사례로 열거됐다. 머스크는 앞서 5월에 트위터의 스팸·가짜 계정이 트위터 측 추산인 5% 미만보다 높다고 주장하며 제대로 된 추산치가 나올 때까지 인수를 유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는 즉각 반발했다.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회 의장은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가 기존의 인수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건을 맡게 될 델라웨어 법원에서 트위터가 승리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도 내부적으로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며 트위터 주주들은 시장 혼란에 따른 재산상 피해를 이유로 머스크 측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에서는 머스크의 계약 철회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법적 분쟁에서 트위터가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봤다. 다만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트위터 내부 혼란과 외부에서의 투자 리스크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앤 립튼 툴레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로서는 인수가를 깎아준다고 할 수도, 10억 달러의 위약금만 내고 떠나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양측이 원만히 합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트위터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와의 소송전 결과와 관련 없이 트위터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을 전했다.
일단 트위터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온라인 광고시장 자체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위터는 최근 수년간 유튜브나 틱톡 등 온라인 광고시장의 경쟁자들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이런 분위기 속에 머스크가 인수계약을 뒤집음으로써 시장에서 트위터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인수계약 철회 과정에서 남긴 상처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