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위협 최대현안 해소” 원자재 가격 상승·식량안보 등 ‘솔직하고 실질적인 대화’ 나눠
옐런·류허 전격 화상통화
재닛 옐런 연방 재무장관과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5일 화상 통화를 하며 글로벌 공급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이 화상 통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경제 리스크 앞에 그 동안 갈등 수위를 높여오기만 한 미중이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부는 이날 옐런 장관과 류 부총리가 양국의 거시경제와 금융 발전, 원자재 가격, 식량 안보 문제 등을 의제로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이번 대화는 솔직하고 실질적이었다”며 “중국은 (미국의) 관세 철폐, 중국 기업이 겪는 불공정한 대우 등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어 “양국이 서로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두 사람 간 통화는 미국이 8%대로 치솟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최고 25%의 대중국 관세 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통화가 옐런 장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통화로 미국의 대중 관세 완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까지 매긴 고율 관세를 낮출 최대 기회인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불길’ 잡기가 급한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의류나 학용품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관세 완화 방침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본보 5일자 B2면 보도)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품목의 관세를 집중적으로 낮춰 관세 완화 ‘체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또 수입 업자들이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요청할 수 있는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이번 조치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완화에는 ‘신기록 행진’ 중인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블룸버그가 추산한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연간 상승률 전망치는 8.8%로 41년 만에 최고치(8.6%)를 나타낸 5월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옐런 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대중 관세가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대중 관세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고안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관세 인하가 물가 완화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중 관세를 모두 걷어내도 미국 물가를 0.3%포인트 낮추는 ‘단발성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대중 관세가 모두 사라지고 미국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동참한다면 CPI 상승률이 최대 1%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의회에서 “대중 관세는 중국을 견제할 훌륭한 ‘지렛대’”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