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15.3%·S&P500 20.6%↓,
나스닥은 30% 가까이 떨어져
넷플릭스 -71% 빅테크 급락
미국 증시가 52년 만에 사상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등 하락 요인이 당분간 이어지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경기침체 진입 여부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섣부른 대량 추가 매수는 경계해야 하지만 이익이 보장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낙폭이 과대한 종목들을 적립식 매수하는 전략은 유망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970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 성적
30일 뉴욕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8%(33.45포인트) 하락한 3,785.38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들어 무려 20.6% 하락한 것으로 1970년 이후 약 반세기 만에 가장 나쁜 상반기 성적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전일 대비 1.33%(149.16포인트) 하락한 1만 1,028.74에 마감해 상반기 하락률이 29.51%로 더 심각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지수는 15.31% 떨어졌다.
시장 하락의 여파를 피해간 종목들은 거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국제유가의 혜택을 본 에너지 기업들만 유일하게 주가가 올랐고 나머지 업종은 대다수 주가가 급락했다. 금리에 민감한 빅테크 기업들 중 넷플릭스가 상반기 무려 71% 폭락했고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52% 떨어졌다. IT 기업 중 실적이 탄탄한 편인 애플과 알파벳도 각각 23%, 25% 하락했고 금리인상 수혜주로 여겨지는 금융업종의 대장주 JP모건도 무려 29%나 떨어졌다.
올해 자산시장 급락 충격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식과 채권을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가 시장에서 일반적일 정도로 채권은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데 미국 10년물 국채 기준으로 올해 자산가치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짐 레이드 도이체방크 신용전략연구책임자는 “미국 국채 성적이 이정도로 저조한 것은 18세기 후반 이후 처음”이라며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불안 지속… 경기침체 시점 주목
문제는 금융시장의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40여 년 만에 최악인 물가상승이 기업들의 마진을 잠식하고 있고, 국제 공급망 교란 상태가 기업들의 재고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증시 하락을 이끌었던 요인들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7월 말 연준이 한 번 더 ‘빅스텝’ 기준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증시 방향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침체’ 진입 시점에 관심을 기울인다.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경기 침체라고 보는데 이 타이밍이 증시에 바닥을 확인할 가능성을 주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 밀러 테벡의 맷 말리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시그널은 증시에 이미 반영됐지만 향후 더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S&P500지수가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알려진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더 심각한 경고를 내놨다. 루비니 교수는 30일 국제 기고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글을 올려 다음 경제위기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지만 부채 수준이 높지 않았던 1970년대, 채무위기에 이어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던 2008년 스타일이 결합한 ‘스태그플레이션적 채무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세계 주식시장의 추락이 “50%에 가까울 수 있다”며 “현재의 맥락에서 어떠한 반등도 저가 매수 기회라기보단 ‘데드캣바운스’(하락 추세 속 일시적 반등)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금이 분할 매수를 시작할 타이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시장 충격에 다수 우량주들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주가순이익비율(PER) 등을 판단해 기업이익이 양호한 종목들을 사면 향후 상승장에서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략가는 “경기 침체가 심각하지 않다면 지금 위험 자산 가격은 매우 싸다”며 “평범한 투자자들까지 경제적 재앙을 걱정하는 순간이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타이밍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