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프탈레이트가 비만을 일으킨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달리 프탈레이트 노출은 체지방률과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환경의학클리닉 교수팀(이동욱 교수)이 22개 종단 연구 및 17개 횡단 연구를 포함해 39개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메타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 및 생활용품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장난감ㆍ바닥재ㆍ식품 포장재ㆍ세제ㆍ화장품ㆍ향수ㆍ헤어 스프레이 등에서 흔히 쓰인다.
대표적인 내분비계 교란 물질(환경호르몬)의 하나인 프탈레이트는 특히 남성호르몬 작용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떨어뜨린다.
또한 성조숙증, 갑상선 기능 이상 등 어린이 건강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당뇨병ㆍ비만 등 기저 질환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임신 도중 프탈레이트 노출이 출산 후 어린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확립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21년까지 출판된 문헌들을 대상으로 출산 전 프탈레이트 노출과 체질량지수(BMI), 체지방률 등 어린이의 신체 계측 지표와 연관성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과 메타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이 2.7배 증가할 때 출산 후 어린이 시기 체질량지수 표준 점수(BMI z-score)가 -0.05 정도 감소했다.
이는 임신 중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면 출생아가 기대되는 체중 만큼 도달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과 출생 후 어린 시절 체지방률(%)간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임신 중 프탈레이트에 노출되는 것이 어린이 체지방률과 관련성이 낮고, 근육 발달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함을 보고한 이전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또한 아동기 프탈레이트 노출과 비만 연관성에 대한 이전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는 일관되지 않고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임신 중 프탈레이트 노출이 지방 외 근골격계 등의 발달에 영향을 미쳐 출산 후 어린이 성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교수는 “연구 결과 태아기 프탈레이트 노출은 어린이의 비정상적인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며 “어린이의 정상적인 성장 발달을 촉진하려면 임신 중 프탈레이트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홍윤철 교수는 “이번 연구로 생활 속에서 프탈레이트를 더 엄격하고 광범위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