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해 준 의사 노려"…환자·병원 직원까지 4명 사망
텍사스 이어 털사 총격범도 범행 직전 AR 소총 합법 구매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4명이 사망한 가운데 범인이 허리 수술 통증에 앙심을 품고 AR-15 소총을 난사해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2일 총격범 마이클 루이스(45)가 정형외과 의사 프레스턴 필립스를 겨냥해 총을 쐈다고 발표했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이스는 전날 세인트 프랜시스 의료법인 소속 병원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이 총격으로 필립스와 다른 의사 1명, 병원 접수창구 직원과 환자 등 4명이 숨졌고 범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웬들 프랭클린 털사 경찰서장은 필립스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는 범인의 편지를 확보했다며 "범인은 필립스를 비롯해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필립스로부터 허리 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계속되자 그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며 앙심을 품었다.
세인트 프랜시스 의료법인의 클리프 로버트슨 최고경영자(CEO)는 "필립스는 완벽한 신사이자 모두가 본받으려 하는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총격범 루이스가 사건 당일 AR-15 반자동 소총을 합법적으로 구매했고, 병원에서 이 무기를 난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19명 등 21명을 살해한 샐버도어 라모스(18)도 AR-15 소총 2정을 현지 총기 판매점에서 구매했고 이 무기를 범행에 사용했다.
털사 경찰은 전날 총격 사건 신고가 오후 4시 52분 접수됐고 3분여 뒤 경찰이 출동해 오후 5시 1분 범인을 맞닥뜨렸다며 신속한 현장 대응을 강조했다.
프랭클린 서장은 "우리는 훈련에 따라 망설임 없이 즉각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는 텍사스 유밸디 초등학교 총격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 실패를 둘러싼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초등학교 총격범이 교실에서 총기를 난사했을 때 경관 19명은 현장 지휘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교실 복도에서 1시간 넘게 대기했고, 이로 인해 경찰이 대량 살상극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텍사스 총기 난사 이후 총기 규제를 둘러싼 민주당, 공화당 간 갈등은 털사 총격이 발생한 오클라호마주로도 번졌다.
AP 통신은 "오크라호마주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총기 규제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자고 요구했으나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는 수년간 총기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고 민주당의 회의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AP 통신과 노스이스턴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들어 4명 이상이 숨진 총격 사건은 모두 12건 발생했고, 이들 사건에 따른 희생자는 76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