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노인 증오사건 824건, 한인이 3번째로 많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기간 동안 한인 및 아시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사건과 고립이 증가하는 등 아시안 노인들의 안전과 건강이 위협받고 삶의 질이 악화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아시안 단체인 ‘아시안퍼시픽정책기획위원회’(A3PCON), ‘차이니즈어퍼머티브액션’(CAA)과 샌프란시스코 주립대가 함께 운영하는 아시안 증오 사건 신고 사이트인 ‘아태계 증오를 중단하라’(STOP AAPI Hate)가 지난 4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 1년 9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60대 이상인 아시안 증오 사건(incident)은 총 824건으로 집계됐다.
참고로 증오 사건 중 상해나 재산 손실의 피해가 초래됐거나 폭력 위협이 있었을 경우 증오 범죄(crime)가 된다.
피해자 인종 별로는 한인이 세 번째로 많았다. 피해자 본인이 신고한 경우인 707건을 인종 별로 분류했더니 12.4%가 한인이었다. 88건이 한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증오 사건은 한인 및 아시안들 사이에서 신고율이 상당히 낮고, 특히 젊은층보다 노인층에서 더 낮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증오 사건을 경험한 거의 모든(98.2%) 아시안 노인들은 미국에서 아시안의 안전이 더 위험해졌다고 생각했고, 높은 스트레스(65.5%)와 불안(24.2%)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와 증오 범죄의 영향으로 안전과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아시안 노인들의 외출이 줄어들고 고립된 시간이 증가한 가운데, 증오 사건을 경험한 아시안 노인들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경험(65.5%)한 경우가 증오 사건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안 노인들의 정신건강도 자연스레 악화됐으며 치매, 우을증, 불안에 더해, 피로,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으로도 나타났다. 증오 사건을 경험한 아시안 노인들의 불안증 발생률이 경험하지 않은 경우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인들의 경우 ‘화병’으로 불리는 분노 증후군 증상을 이해하고 감지하고 치료하도록 교육받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미국에 많지 않아,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기 더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안 노인 증오 사건은 유형 별로 괴롭힘(Harassment, 57.6%)이 가장 많았는데, 거의 대부분이 언어적 괴롭힘(Verbal)으로 ‘칭챙총’과 같은 아시안 비하 또는 혐오 발언, 다양한 형태의 비방이나 욕설 등을 피해자를 향해 내뱉는 것이었다. 신체적 폭행(26.2%)이 두번째로 많아 충격을 줬다.
여기엔 협박이나 위협만 이뤄진 사례도 포함됐지만 실제로 물리적인 가해가 이뤄진 사례가 가장 많았다.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의도적으로 피하는 행동들(21.1%)이 그 다음이었다.
이어 관련 게시물이나 직접적인 비방 메시지 등 온라인 증오(7.8%), 기침이나 침을 뱉는 행위(7.8%), 직장내 차별(4.7%), 낙서, 반달리즘, 절도, 강도 등의 재산피해(7.2%), 서비스 제공 거부(5.7%) 등의 사례도 적지 않았다.발생 장소의 경우 절반(51.2%)이 거리, 대중교통,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