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기난사 61건 중 19세이하 5건·24세이하 16건
바이든, “강력한 규제 필요”… 옹호론자들 완강 반대 규제 걸림돌
초등학생 20명과 교사 6명 등 26명이 숨진 커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사건 이후 최악의 총격 참사로 기록된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기난사로 총기소지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총기 참사 2건의 범인이 모두 합법적인 총기 구매 하한 연령인 18세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연령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를 한 총격범 살바도르 라모스는 18세 고교생이었다. 그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다. 총격 사망자는 최소 어린이 19명과 성인 2명 등 21명으로 늘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뉴욕주 버팔로의 흑인 동네에서 총기를 난사해 10명을 숨지게 한 범인 페이튼 젠드런 역시 18세다.
라모스는 권총과 소총을, 젠드런은 반자동소총을 소지한 채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총기 규제 강화 주장에 힘실려=10대의 총기 난사 사건은 발생 빈도가 적지 않다. 연방수사국(FBI)이 23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61건 가운데 범인이 18세 이하인 경우가 2건, 19세가 3건 있었다. 범인의 연령을 24세 이하까지 넓히면 총 16건(전체의 26.2%)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4건 중에 1건 꼴로 24세 이하의 총격범이 저지른 셈이다.
특히 미국 총기규제법이 총을 구매할 수 있는 하한 연령으로 둔 18세가 잇따라 1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터라 연령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장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18세 청소년이 총기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지금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기규제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머피(민주·커네티컷) 연방상원의원은 24일 연방의회 청사에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격한 감정을 표출하며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머피 의원은 신원조회를 통해 범죄자나 정신병력자 등의 부적격자가 총을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총기규제 법안을 발의한 인물이다.
2017년 법안 발의 당시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도 가세해 초당적으로 법제화가 추진됐지만 총기소지 옹호론자였던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측이 법안 반대로 입장을 바꾼 뒤로는 법안이 의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의 완강한 반대가 총기규제 걸림돌=미국에서는 연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업자로부터 총기를 구입할 수 있으며 권총은 21세, 소총은 18세부터 구매를 허용한다.
주에 따라서는 총기의 종류나 성격에 따라 21세가 넘어야 구매가 가능한 곳도 있고 총기 휴대에 제약을 두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일은 미국에선 당연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총기 소지권을 옹호하는 공화당은 잇따른 총기 참사를 계기로 총기규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완강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총을 구매할 수 있는 연령 하한을 20대 이상으로 높이면 법적으로 성인의 권리와 책임을 동등하게 누려야 할 18·19세에게는 차별이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지난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규제 강화로 대형 총기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전체의 49%에 그쳤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