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낙태 선택권’ 초안 유출에 논란 속 대법관 구성 문제 도마 위
미국 대법원에서 유출된 ‘낙태 선택권’ 관련 문서로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다. 50년간 유지돼 온 여성의 낙태 허용 판례를 대법원이 뒤집으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으로 편중된 대법관의 구성 문제부터 문건 유출 과정, 낙태에 대한 찬반 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에 불리했던 11월 중간선거의 흐름을 바꿀 메가톤급 이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낙태 이슈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함께 998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3%가 11월 선거에서 낙태 찬성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낙태 금지를 지지하는 공화당에는 이번 논란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성문화해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이는 11월 중간선거 때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여론 몰이에 나섰다.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도 “개인 신체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을 저들이 빼앗으려 한다”며 “지금은 여성과 미국을 위해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논란과 함께 대법관 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총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공화당 성향이다. 낙태권을 찬성하는 대법관은 스티븐 브라이어(84·빌 클린턴 정부 지명), 소니아 소토마요르(68·버락 오바마), 엘리나 케이건(62·버락 오바마)이다.
반면에 존 로버츠(67·조지 W 부시), 닐 고서치(55·도널드 트럼프), 클래런스 토마스(74·조지 부시), 브렛 캐버노(57·도널드 트럼프), 새무엘 알리토(72·조지 부시), 에이미 배럿(50·도널드 트럼프) 대법관이 낙태권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3명 임명되면서 연방대법원 구성이 보수 우위로 재편된 뒤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들 중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2020년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패배를 뒤집기 위해 투표 부정 주장에 동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회나 백악관에서 흔히 발생하는 정치적 목적의 유출 사건이 연방대법원에서 벌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법원의 신뢰에 대한 배신”이라며 수사를 지시했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이 정식 판결도 내려지기 전 초안이 유출되면서 낙태 찬성론자를 중심으로 큰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논쟁거리 중 하나인 낙태 이슈는 자유와 생명 존중에 대한 가치, 진보와 보수, 종교적 신념 등이 맞물린 ‘뜨거운 감자’다. 대법원이 오는 7월 초 기존 판례를 뒤집는 최종 판결을 내릴 경우 미 50개 주 곳곳에서 낙태금지법 강화가 예상된다.
<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