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와인 한 잔·맥주 몇 잔도 뇌 노화 촉진
하루 맥주 4캔, 완전 금주자보다 10년 더 노화
소량 음주로도 구강·식도·간·유방·대장암 위험 ↑
술을 조금만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하루 1, 2잔의 술도 몸에 해롭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술은 미세먼지ㆍ담배처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표한 1군 발암물질이다. 사실 적당한 술은 심혈관계 질환 발생을 줄여준다는 연구 논문에는 함정이 있다. 평소 과음하지 않는 사람은 이 같은 절제력을 바탕으로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 평소 몸을 열심히 챙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소량 음주 자체가 실제로 건강에 도움되는지 의문을 품은 연구자가 많아지면서 소량 음주도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펜실베니아대 기드온 네이브 교수팀은 영국 의료 데이터 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를 토대로 40~69세 3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실렸다.
연구팀은 이들 대상자에게 완전한 금주에서 하루 평균 4잔 이상 알코올 소비 수준으로 나눠 설문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이들 대상자의 뇌 회백질을 분석하고, 음주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1주일에 포도주 한 잔이나 맥주 몇 잔 정도만 마셔도 뇌 노화가 촉진됐다. 50세의 경우 평균 음주량이 하루 1유닛(unitㆍ알코올 양 단위, 1유닛은 알코올 10g이며, 맥주로는 280㏄에 해당)에서 2유닛(맥주 560㏄)을 마시면 뇌가 2년 정도 노화된다.
회백질은 뇌나 척수에서 신경 세포체가 밀집돼 있어 짙게 보이는 부분이다. 뇌 회백질은 생각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로,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연구 결과, 하루에 술 1유닛을 마시는 50대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뇌가 6개월 더 노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술을 더 많이 마실수록 뇌가 더 노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에 2유닛의 술을 마시는 중년들은 뇌가 2년 반 이상 더 노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4유닛의 술을 마시면 마시지 않을 때와 비교해 뇌가 10년 이상 노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사협회지(JAMA)에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참여 대상자의 건강한 생활습관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음주량 자체와 질병 발생만을 분석했다. 그 결과 1주일 이내 8잔 이하로 소량 음주를 해도 관상동맥 질환이 1.7배 늘어났고, 고혈압 위험은 1.3배 높아졌다. 물론 과음하면 심장병ㆍ고혈압 위험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유럽 암 예방 수칙’에는 암에 관한 한 ‘안전한 양은 없다(no safe limit)‘고 했다. 우리 보건복지부가 만든 ‘국민 암 예방 수칙’에도 암 예방을 위해서 하루 1, 2잔의 술도 마시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루 1, 2잔 소량 음주로도 구강암, 식도암, 간암, 유방암,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