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자들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치솟은 집값은 떨어질 기미가 없는데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주택 시장에서 발을 빼는 구입자가 늘고 있다. 그래도 내 집 장만에 대한 미련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법.
주택 구입 레이스를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소나기는 피해 가야 한다’는 생각에 1년 더 기다려 볼지를 고민하는 구입자도 많다. 온라인 재정정보 업체 고우뱅킹레이츠가 현재 주택 시장 상황과 적절한 주택 구입 타이밍을 분석했다.
이자율 상승 확실… 집값 하락은 불투명
필요하다면 지금 사두는 것이 유리
◇ 모기지 이자율의 배신
주택 구입자들이 수년째 앞다퉈 내 집 마련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낮은 이자율 때문이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초만 해도 30년 고정 모기지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2.65%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랬던 이자율 올 초부터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 미미한 폭으로 오르던 이자율은 최근 불안한 국제 정세 등의 영향으로 3월 중순 4.72%까지 치솟아 주택 구입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불안한 국제 정세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공포, ‘연방 준비 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계획 발표 등이 모기지 이자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이다.
◇ 집값 하락 시기 예측 힘들어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급등하면 주택 수요가 위축돼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택 가격이 떨어질 기미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지난해의 급등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한 10년 동안 꾸준히 오르는 주택 가격은 최근 2년간 기록적인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10년 전보다 2배나 올랐고 2월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5%나 폭등했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이 급상승세지만 주택 가격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거래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이자율 상승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매물 부족에 의한 일시적인 거래 감소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주택 가격은 이자율 상승과 거래 감소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자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주택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 팬데믹 발 수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모기지 이자율 상승→주택 거래 감소→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던 주택 시장의 전통적인 흐름을 예측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한 재택근무자 중 다수는 여전히 기존 업무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택근무가 근무자는 물론 회사 측에도 효율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완전 정상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택근무자가 늘면서 이에 따른 주택 신규 수요가 발생했고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집을 팔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부족했던 주택 매물이 더욱 감소하게 됐고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해도 수요가 줄지 않는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주택 공급량은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주택 부족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투자 기관 골드만삭스는 밀레니엄 세대 중심의 수요 증가와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등의 요인으로 주택 재고 부족 현상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거래 일시 감소한 지금이 구입 적기일 수도
주택 구입자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은 구입자들은 현재 주택 가격이 이미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수준으로 올라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기로에 놓여있다. 1년만 더 기다리면 집값이 떨어지겠지 하고 주택 구입 시기를 잠시 미룰 계획인 구입자도 많지만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2월 중 기존 주택 판매량이 전달보다 약 7%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거래가 한 달 사이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가장 큰 원인은 모기지 이자율 급등이다.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르자 주택 구입을 일시 보류하고 관망세로 돌아선 구입자가 많아졌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릴 경우 주택 구입에 따른 혜택을 놓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이자율, 주택 임대료 상승 전망 높아
인플레이션 해결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연준은 이미 올해 수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모기지 이자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택 구입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올해 안에 주택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이자율이 오르면 주택 가격 하락 효과는 상쇄된다. 현재 이자율 상승 전망은 확실한 반면 주택 가격 하락 전망은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면 주택 구입 비용 부담만 커지는 셈이다.
주택 구입을 미루면 안 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현재 주택 임대료 역시 가파른 상승세로 중산층의 주택 임대료 부담이 나날이 늘고 있다. 1월 단독 주택 임대료는 전년 대비 12.6%나 올랐고 마이애미의 경우 임대료가 무려 39%나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주택 임대 시장으로 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대를 지속할수록 다운페이먼트 등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에 손을 델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내 집 마련의 꿈을 더욱 멀어지게 되는 결과다.
◇ 집값 올해 안에 안 떨어진다
2월의 주택 판매 감소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주택 가격 하락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둔화되기만 해도 최악의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올해 안에 하락세로 돌아설지를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4.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 가운데에도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주택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여전히 많은 바이어들 사이에서는 ‘일단 사두자’라는 심리가 여전하다.
2월 현재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의 시장 대기 기간은 1.7개월에 불과했다. 추가 매물 공급이 없을 경우 1.7개월 만에 모든 매물이 소진될 수 있는 매물량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점을 이루려면 이보다 4배나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