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항암제가 어떤 폐암 환자에게 효과를 나타내는지 종양 침윤성 림프구(TIL)를 이용해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세훈·박세훈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윤라 병리과 교수 연구팀이 김효진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 옥찬영 루닛 최고의학책임자(CMO)와 함께 ‘루닛 스코프 IO’를 이용해 종양 침윤성 림프구의 분포에 따라 비소(非小)세포폐암에서 면역 항암제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 폐암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때 환자 생존 기간을 늘려주지만 환자마다 치료 효과에 차이가 있어 신중히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PD-L1이라는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율(TPS)이 50% 이상이면 면역 항암제가 단독으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발현율이 50% 미만이어도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 또 PD-L1 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를 찾기 어려워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는 게 시급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종양 미세 환경에서 암 조직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IL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폐암 조직을 분석한 병리학 전문가의 판독 결과를 참고해 TIL이 환자의 암 조직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모델을 학습시켰다.
이후 환자의 TIL 밀도와 분포에 따라 폐암의 면역학적 형질을 활성과 비활성으로 나눈 다음 삼성서울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 518명을 대상으로 효과를 분석했다.
전체 생존 기간 중앙값은 활성 환자의 경우 24.8개월로 제외 환자 14개월, 결핍 환자 10.6개월보다 향상됐다. 무진행 생존 기간도 활성 환자 4.1개월, 제외 환자 2.2개월, 결핍 환자 2.4개월로 활성 환자가 앞섰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존 바이오마커인 PD-L1의 발현율이 1~49%일 때도 활성 환자에게는 면역 항암제가 도움이 됐다. 치료 반응률이 22.8%으로 비활성 환자 3.9%보다 월등히 많았다.
특히 1차 치료로 면역 항암제 투여 환자만 따로 분석한 결과, 활성 환자의 치료 반응률은 66.7%로 국제 임상 연구에서 보고한 치료 반응률 14.8%와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찾아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세훈 교수는 “새 바이오마커를 보조 수단으로 삼는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자칫 소외될 수 있는 환자들에게도 치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