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동성애 언급 말라 법' 처리에 성소수자들 거센 반발
미 교육장관, 성명 통해 "혐오 가득한 법안" 규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의회가 8일 유치원에서의 동성애 등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과 관련한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플로리다주의) 유치원 3학년 이하 학생 등에게는 교원이나 제3자에 의한 성적지향·성정체성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법안은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확정, 발효될 전망이다.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교사들이 유치원생과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7일에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에게 이런 것들이 교육과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성적소수자(LGBTQ) 단체들은 이 법을 '동성애 언급 말라'(Don't Say Gay) 법으로 부르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플로리다주 곳곳의 학교에선 성적지향·성정체성 교육 금지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집단으로 거부했고 이중 일부는 주의회까지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당초 플로리다주 공화당은 성정체성을 커밍아웃하는 성소수자 학생이 생기면 담임이 부모에게 이를 알리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삽입하려 했으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동성애자인 민주당의 카를로스 G. 스미스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은 "이 법안은 LGBTQ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수단"이라면서 "이 법안은 어린이들에게 LGBTQ인 사람들은 뭔가가 잘못돼 있다는 지독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아동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여러 쟁점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와 대립각을 세워 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해당 법안을 '혐오가 가득한 법안'으로 지칭했다.
미겔 카도나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플로리다 지도자들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일부 학생들을 해치는 혐오 가득한 법안을 우선시했다"고 규탄했다.
카도나 장관은 "교육부는 연방 예산 지원을 받는 모든 학교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한 연방 민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