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늘고 있지만 채용은 줄어 인력난 극심
미국의 인력난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기업들의 직원 잡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발적 퇴사자를 방지하고 신규 인력 확보를 위해 근무 일수를 줄이거나 투자금을 지원하는 등 미국 기업들이 각종 혜택을 무기로 인력난 타개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CNN비즈니스가 17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들어 복지 혜택이나 급여 인상, 유연 근무제를 실시하는 미국 내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는 인력난이 자리잡고 있다.
연방 노동통계국(BLS)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구인건수는 1,092만5,000건으로 전월에 비해 15만건이 늘었다. 채용은 626만3,000명으로 전월보다 33만3,000명이 줄었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채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자발적 퇴사자의 수는 433만8,000명으로, 지난해 자발적 퇴직자의 누적 수는 약 4,740만명에 달해 2019년 4,210만명에 비해 12%나 상승했다.
기업들은 신규 직원 채용은 물론 기존 직원의 퇴사를 막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직면하자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직원 붙들기에 나서고 있다.
기존 인력 유출이 심한 IT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의 경우 재택근무를 근간으로 근무일을 줄이는 파격적인 근무 제도를 도입해 실시하는 기업이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웬디스코’(WANdisco)는 급여 삭감 없이 주5일 근무제에서 주4일 근무제로 근무일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이번 달부터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토요일과 일요일 이외에 추가 휴무일을 직원들이 정해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실시되자 경쟁업체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은 직원이 이를 거절하고 잔류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웬디스코의 평가다.
기존 직원들을 붙들기 위해 장기 근속 직원들에게 투자금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부동산 투자 플랫폼 ‘마인드’(Mynd)는 입사 5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자용으로 6만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입사한지 5년이 되면 임대용 부동산을 선정해 투자 계획서를 제출하면 마인드가 운영하는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부동산 구입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급여 인상과 함께 입사 지원시 계약금(signing bonuses)을 지급하는 곳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의료서비스 업체인 ‘아트리움 헬스’(Atrium Health)는 신규 입사자에게 연봉 이외에도 계약금으로 적게는 3,000달러에서 많게는 1만달러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이 업체는 당일 채용 확정 제도를 도입해 신규 지원자의 타 업체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홍보 회사 ‘마이크월드와이드’는 올해 들어 신입 사원에게 첫 출근도 하기 전 1주일간의 유급 휴가를 주기 시작했다.직원들로선 일도 안 하고 1주일치 급여를 받는 셈이다. 이 회사의 지나 처윈 부사장은 “많은 입사 지원자들은 여러 건의 입사 제안을 받은 상태였다. 따라서 우리는 차별화해야 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