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300달러 전년비 11% 올라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출산하기가 힘들 정도로 영유아 보육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 아이를 돌보는데 필요한 금액이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진 상황인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공보육시설이 대거 문을 닫는 등 악재가 지속돼 비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보육전문비영리단체 차일드케어어웨어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영유아 한 명을 키우는데 필요한 평균 연간 보육 비용은 1만 2,3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1만 1,000달러와 비교해 약 1,300달러 오른 것이다. 영유아 보육 비용 상승세는 최근 급등한 인플레이션 수치와 비교해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5% 증가해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영유아 보육 비용 증가세는 11.8%로 더 높다. 물가의 평균 상승세보다 영유아 보육 관련 서비스·제품 비용이 더 많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영유아 보육 비용은 심지어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진 상황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남부지역 주립·공립 대학 등록금은 연평균 9,70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영유아 평균 연간 보육비 1만 2,300달러보다 훨씬 적다. 학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북부지역 주립·공립 대학 등록금은 연평균 1만 3,878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역시 영유아 평균 연간 보육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유아 보육 비용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난다. 차일드케어어웨어에 따르면 미국 33개주 중에서 영유아 보육 비용이 가장 비싼 지역은 워싱턴DC로 월 2,020달러 연 평균 비용은 무려 2만 4,000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2위는 메사추세츠로 연 2만 1,000달러를 기록했고 캘리포니아가 1만 7,000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대도시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 영유아 보육 비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반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비용이 크게 오른 것은 최근 팬데믹 사태 탓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보육 관련 노동자들이 대거 출근을 못하게 되면서 공공보육센터가 문을 닫았고 아이를 직접 돌보기 힘든 부모들이 비용이 비싼 사립기관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차일드케어어웨어는 보고서에서 “펜데믹은 아동·가족·지역사회의 경제적 안정과 관련해 시스템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정부는 고통을 받고 있는 수백만 가정을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정부도 영유아 보육 비용 증가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노력 중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추진 중인 2조 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법’에 3세와 4세 영유아에 대한 2년 무상교육과 보육비 지원을 담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특히 해당 법안은 주별로 평균 소득 150%까지 기록한 가정을 대상으로 프리스쿨 2년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