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아시안 추모집회…“더 이상은 안된다” 절규
뉴욕한인회도 차이나타운서 오늘 규탄 집회
“더 이상은 안 된다. 아시아계의 목숨도 소중하다.”
30대 한인 여성의 안타까운 피살 소식이 전해진 14일 맨하탄 차이나 타운에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피해자인 크리스티나 유나 이(35)씨가 살던 아파트 맞은편 공원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는 중국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활동가들과 아시아계 차별반대 단체, 비 아시아계 이웃주민 등 100여 명이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고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지난달 지하철역에서 목숨을 잃은 중국계 미셸 고(40) 사건에 이어 두 달 연속 맨하탄 한복판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아무 이유없이 노숙자의 손에 살해된 데 대한 분노와 공포의 감정이 들끓는 분위기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두려움 없이 걸어 다니고 싶다”, “노숙자와 정신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촉구한다”, “(에릭) 아담스 시장, 제발 아시아계 자매들을 구해달라” 등의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집회에서 주요 참석자 발언이 끝날 때마다 “더 이상은 안 된다”와 “우리가 바꿔야 한다” 등의 구호를 합창했고,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에서 따온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는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특히 아시아계 여성들은 전날 새벽 지하철역 근처에서부터 뒤를 밟은 노숙자 아사마드 내시(25)의 손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숨을 잃은 유나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남 일이 아닌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중국계 중년 여성은 “유나 리가 너무 불쌍하다”면서 “내 친구도 출근 혹은 퇴근 때 누군가 쫓아오는 일을 겪었다. 애덤스 시장이 모두에게 안전을 되돌려줘야 한다”라며 울먹였다.
그는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10곳에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정신이상 노숙자들을 거래 한복판이 아닌 시설에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 유엔 한국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묻지마 폭행’을 당한 직후 이번 살해 사건까지 벌어진 데 대해 한인 사회도 들끓는 분위기다.
뉴욕한인회도 15일 오전 11시 맨하탄 차이나타운 현장 근처에 위치한 사라디 루즈벨트 팍에서 커뮤니티 리더들과 함께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뉴욕시장을 포함한 지역 정치인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알리고 우선순위에 올려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분노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