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조 몬태나 이후 역대 2번째… 22년만에 우승 이끌어
제56회 수퍼보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LA 램스의 백인 와이드리시버 쿠퍼 컵(29)은 “MVP에 합당한 플레이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기회를 주신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다. 모두가 격려해줬다”며 감격에 젖었다.
램스는 13일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올해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결정전인 제56회 수퍼보울에서 신시내티 벵골스를 23-20으로 제압했다.
3년 전 수퍼보울에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3-13으로 패했던 램스는 그때의 아쉬움을 씻어내며 22년 만에 수퍼보울 정상에 올랐다.
컵은 당시 수퍼보울에는 뛰지 못했다. 시즌 초반 무릎 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은 탓이다. 3년 전 수퍼보울에서 팀의 무기력한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던 컵은 올해 수퍼보울에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컵은 3쿼터 종료 때까지 4차례 패스를 잡는 데 그쳤으나 위기의 순간, 진가를 발휘했다.
16-20으로 끌려가던 램스는 경기 종료 5분여를 남기고 자기 진영 30야드 지점에서 펀트 대신 포스 다운(fourth down) 공격에 나섰다.
컵은 7야드 러싱으로 퍼스트 다운을 만들어내며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냈다.
이어 컵은 쿼터백 매슈 스태포드가 던진 패스를 4차례나 잡았고, 그중 마지막 패스를 1야드 역전 터치다운으로 연결했다.
램스는 2쿼터에 이날 터치다운 1개를 기록 중이던 와이드리시버 오델 베컴 주니어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신시내티 수비진은 베컴 주니어가 빠지자 올 시즌 리시빙 부문에서 사상 4번째로 3관왕에 오른 컵을 집중적으로 마크했다.
컵은 올 시즌 패스를 받은 횟수(145회), 패스를 받아 전진한 야드(1천947야드), 패스를 받아 기록한 터치다운 개수(16개)에서 모두 리그 선두를 차지했다.
NFL 올해의 공격수에 빛나는 컵은 신시내티의 집중 견제를 극복하고 수퍼보울 MVP가 됐다. 경기 종료 1분 38초를 남기고 컵은 스태포드의 4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잡아냈지만, 아군의 홀딩과 상대의 반칙이 겹쳐 터치다운이 취소됐다.
램스는 엔드존을 1야드 남긴 시점에선 스태포드가 쿼터백 스닉(골라인 바로 앞에서 플레이할 때 스냅과 동시에 오펜시브 라인맨들이 버티는 사이, 쿼터백이 그 틈으로 밀고 들어가는 플레이)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1분 29초를 남기고 컵이 신시내티의 코너백 엘라이 애플의 마크를 뿌리치고 스태포드의 패스를 잡아내 극적인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같은 해 NFL 올해의 공격수와 수퍼보울 MVP에 동시에 오른 선수는 명쿼터백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설’ 조 몬태나(66)에 이어 컵이 역대 두 번째다. 컵은 2017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전체 69순위)에 램스에 지명돼 3년 차 시즌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09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올 시즌을 앞두고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에서 이적해온 쿼터백 스태포드에게 컵은 없어선 안 될 패스 타깃이 됐다.
컵은 40야드(36.576m) 달리기 기록이 4초62로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상대 수비진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 공을 잡아내는 능력, 그리고 공을 잡아낸 뒤 가속력과 돌파력은 리그 톱클래스로 꼽힌다.
NFL 올해의 공격수로 뽑힌 컵은 큰 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며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컵은 이날 8번의 패스를 받아 92야드를 전진했고, 결승 터치다운을 포함해 두 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