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좁아져 힘들게 숨 쉬다가 잠에서 자주 깨는‘상기도저항증후군’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잠을 깨거나, 자고 난 뒤 몸이 개운치 않거나 피로감이 지속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다른 수면장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구강호흡(자면서 입을 벌리고 자는 것)을 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잤는데도 주간 피로감이 지속되는 경우는 상기도저항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상기도저항증후군은 수면무호흡이 수면 중 기도가 완전히 막혀 자주 잠을 깨는 것과 달리 기도가 완전히 막힌 상태는 아니지만 기도가 좁아져 있어 힘들게 숨 쉬다가 자주 잠에서 깨는 증상이다. 코를 고는 소리가 나지 않아 ‘소리 없는 코골이’로 불린다.
일반적인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머리만 대면 자고, 항상 피곤하고 수면 중 산소가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상기도저항증후군 환자는 단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중간 단계로 뇌가 정상적인 호흡을 위해서 계속 깨는 뇌파를 내보내므로 불면증으로 오해할 때가 많다.
코골이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이 과체중인 남성에 많이 나타나는 반면 수면무호흡증 전 단계인 상기도저항증후군은 정상 체중인 여성에게 주로 생긴다.
서울수면센터를 찾은 50대 이상 여성 불면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 83%가 상기도저항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주로 코와 입으로 연결된 중간 통로가 선천적으로 좁거나 아래턱이 작은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이들은 똑바로 누웠을 때 혀가 뒤로 말리면서 호흡을 방해하면서 나타난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호흡이 가빠진다”며 “호흡을 제대로 하기 위해 똑바로 누운 자세보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서 몸을 뒤척이게 된다”고 했다.
한 원장은 “상기도저항증후군이라면 근육을 이완해 혈압과 심장을 안정하고 피로를 해소하는 깊은 잠을 잘 수 없어 잠자도 개운하지 않고 특정 근육이 뻐근한 근육 뭉침, 관절염, 소화 장애, 손발이 찬 혈액 순환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상기도저항증후군을 치료하려면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한 원장은 “기도가 좁아 불면증으로 악화된 상기도저항증후군은 약물 치료로 수면제나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을 먹으면 효과를 잠깐 볼 수 있지만 호흡이 더 불안해져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