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삐’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귀가 먹먹하거나 잘 들리지 않으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대부분 가볍게 여기는데 방치하다간 자칫 치료 시기를 놓쳐 청력을 영구히 잃을 수 있다. 김영호 서울대병원 운영 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으로 돌발성 난청 증상과 대응·치료법을 알아본다.
◇갑작스러운 난청…몇 시간 만에 발생하기도
돌발성 난청은 순음 청력 검사에서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dB 이상의 청력 손실이 3일 내에 발생한 ‘감각 신경성 난청’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갑자기 잘 들리지 않을 때 돌발성 난청을 의심하고 진단·치료한다. 일반 난청이 노화나 다른 원인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는 것과 달리, 돌발성 난청은 2~3일, 짧게는 수 시간 만에 나타나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한쪽 귀에서만 주로 발생하며, 중년층 이상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면 낮은 음만 잘 들리지 않는 ‘급성 저음역 난청’을 의심할 수 있다. 반복적인 심한 어지럼증, 이명(耳鳴)이 동반되는 귀 먹먹함은 ‘메니에르병’ 증상일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이 생기면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이명이 80~90% 정도 나타난다. 일상적인 대화가 전과 달리 속삭이는 것처럼 들리거나, 귀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거나, 양쪽 귀 소리가 다르게 들리면 돌발성 난청일 가능성이 있다. 간혹 어지러움, 구토, 평형장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조기 발견이 치료 성패 갈라
돌발성 난청 치료의 3대 원칙은 △조기 발견 △조기 진단 △조기 치료다. 조기 발견은 환자 판단에 의해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빨리 발견해 1주일 이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영호 교수는 “증상 발생 후 며칠 이내 치료를 받는 것과 뒤늦게 치료를 받는 것은 예후에 매우 큰 차이가 나타난다”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방치하면 이후에 치료를 받아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청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며칠 간 계속되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병력 청취와 고막 검사를 시행한 뒤 난청 정도와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청력 검사를 진행한다.
갑작스러운 난청과 함께 나타난 증상들 또한 돌발성 난청 진단의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필요하다면 종양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하며, 내과적 원인 질환을 살피기 위해 혈액검사나 염증성 질환 검사도 시행할 수 있다.
◇건강 고려해 치료 전략 찾아야
돌발성 난청 치료 시 주로 전신적 스테로이드 약물 요법을 사용한다. 병합 요법으로 고막 안쪽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직접 주사하기도 하고, 난청 양상에 따라 다양한 약을 사용할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청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청력을 반복 검사하면서 치료 전략을 진행·수정하기도 한다. 당뇨병·고혈압 환자 등은 건강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택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조기 발견해 진단 초기에 환자별 상황에 맞는 최적의 치료 전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청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때, 즉 난청이 남아 있으면 치료 후에도 난청 정도에 따라 보청기, 와우(蝸牛)이식술 등 청력 재활을 위한 2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인 청력 알아두면 조기 발견 도움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돌발성 난청이 생기는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는 동시에 평소 본인 청력을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좋다. 발병 이전부터 청력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도 환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해 조기 발견·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김영호 교수는 “40, 50대는 기본적인 건강검진 외에 5년에 한 번 정도, 20, 30대도 10년에 한 번 정도는 이비인후과를 찾아 주파수별 자신의 청력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청력 검사는 대개 전체 주파수대 검사가 아닌 말을 알아듣는 정도를 파악하는 기본 검사이기에 순음 청력 검사와 어음 역치 검사가 모두 가능한 이비인후과에서 정밀 검사하는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