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영향 탓…남성 환자가 92.6% 차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痛風)’는 통풍 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6년 37만5000명이었던 통풍 환자가 2020년 46만7000명으로 5년 새 5.8%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성별로 보면 남성 환자가 92.6%로 여성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연령별로는 40, 50대에서 가장 많았고, 최근 30대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통풍은 관절이나 관절 주변에 ‘요산 나트륨(monosodium urate)’이 쌓여 발생한다. 혈액 내 요산 농도 기준치는 6.8㎎/dL인데, 이 기준치를 넘으면 혈액에서 포화량을 초과해 요산 결정체가 침착하게 된다.
통풍의 주증상은 날카로운 통증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통풍이 주로 나타나는 부위는 엄지발가락이 56~78%로 가장 많고, 발등 25~20%, 발목, 팔, 손가락 순이었다.
◇남성 환자가 92.6% 차지
통풍은 핵산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많이 먹어 체내에 요산이 많이 쌓이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져 요산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핏속에 요산이 쌓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뇨제나 아스피린을 먹어도 요산이 잘 배출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술은 요산 생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요산 배출도 저해한다.
이영호 고려대 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이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이유는 남성호르몬이 콩팥의 요산 배출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반면 “여성호르몬은 요산 배출을 높이므로 폐경 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풍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요산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체내에 생성된다. 하나는 음식물 중 단백질에 포함돼 있는 퓨린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몸에서 파괴되는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산은 대부분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요산 생성과 배설이 균형을 이루면 혈중 요산이 정상 범위에서 유지된다. 그러나 균형이 깨지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고요산혈증’이 생길 수 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7㎎/dL, 여성은 6㎎/dL보다 요산 수치가 높으면 고요산혈증이다. 고요산혈증 자체는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오래 지속되면 통풍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이나 음주가 잦은 사람이라면 고요산혈증이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통풍이 생겼는데 방치하다간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된다. 그러면 몸의 여러 곳에 요산 덩어리로 이루어진 다양한 크기의 결절(토푸스)들이 나타나고 극심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통풍은 처음에는 한 관절만 주로 침범하지만 만성이 되면 양쪽 발가락에 관절통이 생기고, 발등ㆍ발목ㆍ뒤꿈치ㆍ무릎ㆍ팔꿈치ㆍ손목ㆍ손가락 등으로 이동하면서 관절통이 생길 수 있다.
만성이 되면 여러 관절에 동시 다발적으로 관절염이 생기고 오래 지속된다. 그대로 둘 경우 합병증까지 나타나므로 빨리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주로 동반되는 합병증은 콩팥병ㆍ고혈압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ㆍ동맥경화ㆍ당뇨병 등이다.
송란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이 생겼을 때 요산을 줄이는 치료를 하지 않고 통증ㆍ염증만 조절하면 통증은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악화한다”며 “만성 결절성 통풍이 되면 관절이 영구적으로 파괴되거나 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요산강하제로 혈중 요산 낮춰야
통풍 치료는 식이요법과 약물 치료로 꾸준히 요산을 줄이면 관절염과 합병증을 막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박민찬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요산강하제를 사용해 혈중 요산 수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염증이 생기면 부신피질호르몬제나 항염제를 사용한다”고 했다.
증상이 호전되어도 전문의 지시에 따라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한다. 요로결석ㆍ콩팥 기능 감소ㆍ동맥경화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에 함께 관리해야 한다.
혈중 요산을 늘리는 식품은 돼지고기ㆍ소고기ㆍ내장ㆍ농축된 육수ㆍ생선류ㆍ새우ㆍ게ㆍ바닷가재 등이므로 이런 음식은 너무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생선류는 모두 통풍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채소류는 요산 함유량과 상관없이 통풍을 일으키지 않는다. 커피나 차 종류는 원하는 만큼 마셔도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