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리는 트럼프…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1월6일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한 백악관 문건을 하원 특별조사위원회(특위)가 열람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 결정으로 폭력사태 개입(내란 선동)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시 행적이 드러날 전망이어서 특위 조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국립기록관리청의 백악관 내부 문서 공개를 막아달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기각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장한 ‘대통령 기밀 유지 특권’보다 미국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한 ‘1·6 폭동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700여 쪽에 달하는 해당 문건에는 1·6 폭동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의 동선, 회의 내용, 통신 내역 등이 포함돼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특위의 해당 문건 열람을 승인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서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소송이 진행됐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청을 기각했지만, 2심에서는 ‘일시 보류’ 명령을 내렸다.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특위는 국립기록관리청으로부터 관련 문건을 모두 넘겨받았다. 베니 톰슨 특위 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법치와 미국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1·6 폭동과 그 원인에 대한 모든 사실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2020년 대선은 부정선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해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관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당시 의회에서는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를 인증하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인근 연설에서 “죽기로 싸우라”고 지지자들의 폭동을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위가 당시 백악관 상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폭동 개입 여부도 조만간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미 특위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트럼프 참모 4명을 소환한 데 이어 18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에도 소환장을 발부했다.
특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가 확인될 경우 내란선동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크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지난 5일 1·6 폭동 1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책임자에게 법에 따른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6 폭동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기소됐다가 만에 하나 무죄가 선고될 경우 민주당이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