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기회 옳은가’ 논란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사상 처음 이식받은 환자가 34년 전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자는 그의 범죄로 장애인이 됐고, 15년 전 숨진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흉악범에게 의료 기술로 삶의 기회를 주는 게 옳으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메릴랜드대 의대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빗 베넷(57)이 34년 전 22살인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9차례나 찔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13일 보도했다. 피해자 슈메이커는 19년간 휠체어 생활을 하다 2007년 숨졌다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슈메이커의 누나는 “돼지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획기적인 과학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부르는 게 가슴 아프다.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수년간 (그의 범죄의) 참상과 트라우마로 시달려야 했다”며 “그는 새 심장으로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심장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현재 10만6,000명 이상의 미국인이 장기 이식 대기 명단에 있고 매일 17명이 이식받지 못해 죽는 상황에서 강력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범인이 많은 이가 절실하게 필요한 생명 구제 절차를 받는다는 것은 비양심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베넷은 1988년 4월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고교 동창 슈메이커를 흉기로 9차례나 찔렀다. 그는 재판에서 의도적 살인 기도 등 중범죄 혐의는 벗었으나 폭력과 흉기 은닉·소지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슈메이커는 이후 장애인이 돼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고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다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007년 41살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