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라티노 투표참여 쉽게
자동 명부등록·우편투표 등
공화 반대로 연방상원서 불발
“나는 입닥치고 있는 것에 질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을 내리치며 이렇게 외쳤다. 지난 11일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찾아 ‘투표권법’ 통과 필요성을 역설하는 자리에서 보인 발언과 행동이다. 공화당 반대로 지난해 6월 연방 상원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한 투표권법 통과가 바이든 대통령의 2022년 첫 번째 정치 과제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미국 민권운동의 상징인 애틀랜타를 찾았다. 의회에 계류 중인 ‘투표권 자유법’과 ‘존 루이스 투표권 증진법’ 통과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떨어진 가운데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위기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영혼을 위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 회복을 열정적으로 역설했다. 지난해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의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를 상기시키며 “민주주의의 승리는 확실하지 않다”라고도 했다. 투표권법을 통과시켜 민주주의를 완성하자는 논리였다.
문제는 두 법안의 의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두 가지 투표권법은 투표 가능 유권자 자동 명부 등록, 우편투표 및 조기투표 의무화, 게리맨더링(기형적인 선거구 획정) 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기 쉽게 하는 내용이다. 공화당은 당연히 반대다.
실제로 지난해 4월 하원에서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토론 개시안이 찬성 50, 반대 50으로 부결됐다. 공화당이 똘똘 뭉치는 바람에 상원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못한 것이다.
다시 상원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우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넘어서야 한다. 무제한 토론을 종결시키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공화당 의원 중 10명이 넘어올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상원 규칙 변경을 통해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소수의 상원의원들이 투표권 행동을 차단하는 일을 막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상원 규칙을 바꾸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17일 규칙 개정안을 투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사회복지예산 등에서 민주당 발목을 잡아온 조 맨친 상원의원이 규칙 개정에 부정적이어서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필리버스터 무력화 시도 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새해 초부터 의회 내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투표권을 보호하는 일에 나는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