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 의회 난입에 의원들 긴급 대피
총기 든 채 의회경찰-시위대 대치 일촉즉발 상황도
지난해 1월6일은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큰 오점을 남긴 날 중 하나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앞둔 연방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의 의사당 난입 사태로 긴급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의회가 이런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이던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한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지난해 1월 6일 오전 11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원의장으로서 국회의 대선 결과 인증을 차단할 것이라며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향하는 ‘구국의 행진’에 자신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 오후 1시께 시위대는 의사당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은 바리케이드를 넘어 의사당으로 쳐들어갔다.
시위대 일부는 의사당 내부 진입을 시도했고, 국회 경찰은 권총까지 뽑아 들고 대응했지만 시위대 진입을 막을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총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의사당 내부까지 들어간 시위대는 상원 의장석을 점거하고 하원 의장실을 유린했다. 시위대 난입에 겁을 먹은 의원들은 의자 밑으로 피신하고 일부는 숨어서 기도문을 암송하기도 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부정선거를 계속 주장했고, 난동을 부린 시위대에 “사랑한다”며 두둔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그렇지만 이제 귀가해야 한다”며 “평화, 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주 방위군과 연방경찰이 뒤늦게 투입됐고 4시간 만에 정리됐다. 상·하원 의원들은 폭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회의 중단 약 6시간만인 그날 오후 8시 대선 결과 인증을 위한 합동회의를 재개했고, 날짜를 넘겨 다음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했다.
당시 국회 내에서 사건을 목격했던 AP통신의 사진기자 J 스콧 애플화이트는 “해외에 많은 분쟁 현장을 지켜봤지만, 미국인들이 미국을 공격하는 것을 볼 줄은 몰랐다”며 1년 전 일을 회상했다.
한편, 연방 의사당 폭동 사태가 발생한 지 5일로 1년이 됐지만, 가담자 처벌과 진상 조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연방수사국(FBI)을 중심으로 폭력 시위대 처벌이 계속되고 있고, 이와 별개로 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진상 파악 및 재발 방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폭동을 선동했다는 비난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처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향하기 전 행한 연설에서 “죽기로 싸우라”고 부추기며 난동 사태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또 2020년 11월3월 대선 결과에 불복한 뒤 경합주였던 조지아주 패배를 뒤집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법무부가 1·6 폭동 조사를 위해 연방 대배심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할지에 관한 중요한 결정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