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점점 축소…"폭력범죄 급증에 공중보건 위기"
시카고의 치안부재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시카고대학 중국인 유학생이 대낮에 캠퍼스 인근에서 무장강도에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1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시카고대학을 졸업한 샤오시옹 정(24)씨는 지난 9일 오후 2시께 시카고 남부 하이드파크의 시카고대학 부속병원 인근 도로에 서있다가 참사를 당했다.
정씨는 2019년 홍콩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대학에서 통계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 폐쇄회로 카메라(CCTV) 녹화 내용을 토대로 "승용차 한 대가 정씨에게 접근한 뒤 마스크 쓴 남성 1명이 차에서 내려 총을 겨눴다"면서 스마트폰과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정씨로부터 스마트폰을 빼앗은 뒤 가슴에 총을 쏘고 다시 차에 올라타 달아났다.
총성을 듣고 달려온 이들이 정씨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회생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시카고 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사흘만인 12일 회견을 열고 "CCTV 영상 등을 통해 파악한 용의자 앨튼 스팬(18)을 1급 살인·무장강도·불법 무기 사용 등 4개 혐의로 체포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스팬은 정씨를 살해한 날, 총 2자루를 소지한 채 범죄 안전지대로 간주되는 도시 북부 주택가에도 출몰했다. 경찰은 전문가 분석 결과 이 2자루의 총기 중 1자루가 정씨 살해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이어 스팬이 정씨로부터 빼앗은 스마트폰을 100달러(약 12만 원)에 판매하려 한 증거도 확보했다며 "공범 여부와 자세한 사건 경위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폴 알리비사토스 시카고대학 총장은 시카고 폭력범죄 급증에 대해 "공중보건 위기"라고 우려를 표하면서 시카고시와 일리노이주, 연방 당국에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시카고 남부는 흔히 우범지대로 불리지만 시카고대학이 위치한 하이드파크 지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시카고 전역의 범죄율이 2년 연속 급증한 가운데 올들어 지금까지 하이드파크서 발생한 살인사건만 벌써 5건. 정씨 사건이 벌어진 지 이틀 만인 지난 11일에는 시카고대학 직원이 이른 새벽 캠퍼스 남쪽 도로를 걷던 중 차를 타고 접근한 무장강도에게 스마트폰을 빼앗기는 사건이 있었다.
시카고대학 측은 이번 사건 이후 캠퍼스 인근 순찰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월에는 베이징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거쳐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원 금융경제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국인 유학생 이란 판(30)씨가 8명의 사상자를 낸 '광란의 총기 난사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가 된 바 있다.
판씨는 학교 인근 주상복합단지 주차빌딩에서 차 안에 앉아있다가 용의자 제이슨 나이팅게일(32)의 '묻지마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