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다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소리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올해 집을 판 셀러들이다. 턱없이 부족한 매물, 반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바이어들, 이로 인해 집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주택 처분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집을 내놓은 셀러들은 마치 뷔페식당 요리를 골라 먹듯 유리한 조건의 오퍼만 골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닷컴이 올해 집을 판 셀러들의 이모저모를 분석했다.
‘30대·60대, 백인’셀러가 가장 많아$ 10명 중 1명은 성소수자
‘최근 1년 동안 어떤 사람들이 집 많이 팔았나’질로우 분석
◇ 30대, 60대가 가장 많이 팔아
지난해 집을 가장 많이 판 연령대는 30대와 60대 이상으로 전체 셀러 중 각각 약 24%씩을 차지했다. 30대는 결혼, 자녀 출산, 직장 이동 등의 이유로 새 집이 필요한 연령대다. 그래서 30대의 경우 직전 구입한 생애 첫 주택을 처분하고 대신 규모가 큰 집을 구입하려는 ‘무브 업’수요가 대부분이다.
60대 이상의 경우는 반대로 기존 보유 주택보다 규모가 작은 집으로 이사하려는 ‘다운사이즈’ 수요가 많은 연령대다. 함께 거주하던 자녀가 독립해 큰 집이 필요 없거나 노년 생활을 위한 은퇴 주택 구입을 위해 최근 집을 내놓은 노년층 셀러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타 연령대 별로는 18~29세, 40~49세, 50~59세의 셀러가 지난해 각각 약 17%로 동일한 비율을 차지했다. 세대별로는 27~41세에 해당하는 밀레니엄 세대 셀러의 비율이 지난해 약 31%로 가장 높았다. 밀레니엄 세대의 경우 자녀 숫자가 늘고 성장하는 세대로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많은 세대다.
◇ 셀러 10명 중 1명 성소수자
질로우는 이번 조사에서 성 정체성과 소득, 학력 등을 기준으로도 셀러를 분류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셀러 10명 중 1명은 자신을 성소수자로 분류했다.
지난해 성소수자로 분류한 셀러가 전체 셀러 중 차지한 비율은 약 13%로 2020년 조사 때(약 14%)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질로우가 관련 항목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9년(약 10%)보다는 다소 높아진 수치로 성소수자 정체성을 숨기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 백인 셀러 비율 월등히 높아
지난해 집을 판 셀러 중 백인(비 히스패닉계)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2%로 전체 인종 가운데 월등히 높았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약 63%)보다 높은 수치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른 틈을 타 주택을 처분하는 백인들의 이주가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백인 외에 지난해 집을 판 셀러의 인종은 흑인(약10%), 라틴계(약 8%), 아시아태평양계(약 6%), 기타(약 5%) 순으로 백인에 비해 비율이 훨씬 낮았다.
지역별로는 남부에 거주하는 셀러의 비율이 약 4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서부와 중서부 거주 셀러가 각각 약 23%, 북동부 거주 셀러는 약 13%를 차지했다. 셀러 비율은 대개 성인 집중 거주 지역과 비슷한 경향을 나타낸다. 미국 인구분포도를 볼 때 성인이 많이 거주하는 남부와 중서부 지역의 매물 비율이 기타 지역보다 대개 높은 편이다.
◇ 대졸 이상 학력자 가장 많아
지난해 집을 판 셀러의 중간 가구 소득은 연 약 7만 달러로 전국 중간 가구 소득(약 6만 5,700달러, 2019년 기준)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가구 소득별로는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의 셀러 비율이 약 36%로 가장 높았고 5만~10만 달러는 약 31%, 10만 달러 이상은 약 33%로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한편 지난해 셀러들은 대부분 고학력자 위주로 그만큼 고학력자에 의한 주택 구입이 많았음을 보여줬다. 지난해 집을 판 셀러 대다수는 대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들로 2년제 이상 대학 졸업자와 4년제 대학 졸업자가 각각 약 29%와 약 26%로 가장 많았다. 대학원 이상 학위를 지닌 셀러도 약 18%를 차지했고 고졸 미만 셀러의 비율은 약 26%로 조사됐다.
◇ ‘무브 업’ 위해 집 많이 팔았다
지난해 집을 판 셀러 중 약 65%를 기존 주택 처분 뒤 새 집을 구입했는데 규모나 가격 면에서 ‘무브 업’을 선택한 셀러가 주를 이뤘다. 집을 팔고 새 집을 구입한 셀러 중 약 58%는 규모가 큰 집을 선택했고 약 55%는 더 비싼 집을 구입했다고 응답했다. 무브 업을 선택한 셀러의 연령대는 40대 초반으로 가구 연 소득 약 8만 7,500달러~약 9만 7,500달러의 고소득자들이었다.
반면 주택 규모와 가격 면에서 ‘다운사이즈’를 선택한 셀러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 위주였고 연 소득 역시 약 5만 7,500달러~약 6만 2,500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무브 업을 택한 셀러 중 약 73%는 주로 18세미만의 자녀를 둔 가구로 큰 집 수요가 있었던 반면 다운사이즈 셀러 중 상당수는 은퇴자들로 나타났다.
◇ 오퍼 4건 이상 받은 셀러 가장 많아
매물 부족과 수요 급증으로 인해 최근 수년간 주택 시장에 과열 구입 양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주택 시장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경쟁적으로 오퍼를 제출하는 이른바 복수 오퍼 현상이 이미 3~4년째 나타나고 있고 지난해의 경우 매물 한 채당 4건 이상의 오퍼를 받은 셀러의 비율이 최근 수년래 가장 높았다. 지난해 역시 직전 3년 동안과 같이 매물 한 채당 평균 2건의 오퍼가 제출된 것으로 집계됐지만 4건 이상의 오퍼를 받았다는 셀러 비율은 약 24%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도표 참고>
◇ 대부분 캐시 오퍼 받고 집 팔아
‘캐시 오퍼’(Cash Offer)가 지난해 주택 시장에서도 여전히 강세를 나타냈다. 바이어를 대행하는 부동산 에이전트 중 지난해 약 77%가 대출을 끼지 않고 전액 현금으로 구매하는 캐시 오퍼를 제출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가운데 셀러 중에서도 약 74%는 제출된 오퍼 중 적어도 한 건이 캐시 오퍼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캐시 오퍼가 여전히 강세지만 질로우 측은 다른 조건을 보완해 얼마든지 오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약 68%의 바이어가 캐시 오퍼를 통해 내 집을 마련했다. 나머지 바이어들은 모기지 대출을 낀 오퍼를 제출했던 바이어들로 캐시 오퍼 강세 속에서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셀러 중 약 절반은 집을 팔 때 우선순위로 처분 수익 극대화를 꼽았지만 약 37%에 해당한 셀러는 에스크로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따라서 캐시 오퍼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에스크로 기간 등의 조건이 불리할 경우 모기지 대출 조건이 포함된 바이어 오퍼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