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김모 씨는 밤이 두렵다. 잠이 든 뒤 새벽 4시쯤 되면 여지없이 잠에서 깨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다시 잠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변도 조금밖에 나오지 않은데 항상 같은 시간에 깨는 이유를 찾으려고 수면 병원을 찾았다.
수면 다원 검사 후 받은 결과지를 보고 김씨는 깜짝 놀랐다. 수면 시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줄 알았는데 렘(REM)ㆍRapid Eye Movement)수면 호흡장애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진료 후 수면 호흡 치료를 받으면서 중간에 깨는 증상은 거의 사라졌다.
매일 밤 동일한 시간에 깨서 다시 잠들기 힘들어 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이러한 증상을 불면증으로 착각해 검사 없이 수면제나 수면유도제 등 약물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는 치료제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잦은 각성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수면의학클리닉 J 리 박사는 같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잠에서 깨는 원인으로 크게 불면증, 스트레스, 노화, 호르몬, 다른 수면장애 등을 꼽았다.
△불면증
불면증 원인은 다양하다. 아침 햇빛 부족, 낮잠, 교대 근무, 일관되지 않은 취침 시간, 흡연, 알코올, 약물, 카페인, 밝거나 시끄러운 방 환경 등이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과도한 스트레스는 거의 모든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수면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의 질이 향상되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수면과 스트레스는 서로 영향을 미치며,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처리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는 숙면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노화
야간 각성은 노화 과정의 정상적인 부분일 수 있다. 중년 무렵 성인은 밤에 더 자주 깨기 시작하고 수면 시간이 단축된다. 밤에 일찍 잠을 자고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기 위해 노력한다.
△호르몬
호르몬 변화로 인해 밤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임신과 폐경기 등 호르몬 변화로 수면장애가 올 수 있다.
△약물
베타 차단제, 이뇨제, 항우울제 등 특정 약물은 수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야간 각성을 유발할 수 있다.
△기타 수면장애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이갈이, 하지불안증후군, 잠꼬대 등 다른 수면장애가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이로 인한 각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렘수면 호흡 장애의 경우 2~3시간 간격으로 렘수면 발생 시에만 호흡이 엉켜 각성하게 되고 횡격막 기능 저하로 야뇨 현상도 발생 된다”며 “특히 마지막 꿈인 새벽 4시경 잠꼬대나 행동장애가 발생된다면 꿈행동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원장은 “나이가 들면 신경성이나 심리적인 원인만 생각하는데 반복적인 수면 중 각성이 반복된다면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1주일에 4회 이상 잠들기 어렵거나 두 번 이상 깨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