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것이라고는 입에도 안 댔는데 단것만 찾아요.” “요리를 잘했는데 최근 만든 반찬이 모두 짜기만 해요.” “깔끔한 성격이었는데 집안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요.” “10년 이상 살아온 집인데 요즘엔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몰라요.”
추석 명절에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이 이처럼 변했다고 깜짝 놀란 자녀들이 적지 않다. 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이런 상태가 2~3개월 정도 지속되면 빨리 치매안심센터 또는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상담해야 한다”고 했다.
◇치매 의심되면 진단부터
치매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다.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치매 초기 증상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세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매 진단은 우선 치매안심센터나 1차 의료기관에서 ‘선별 검사’인 ‘치매 선별용 간이 정신 상태 검사(CIST)’를 받는다.
선별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종합 인지 기능 검사(SNSBⅡ, CERAD-K)’를 받는다. 이 검사도 치매안심센터 또는 병원에서 받을 수 있다. 이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감별 검사’를 진행한다. 감별 검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ㆍ자기공명영상(MRI)ㆍ양전자단층촬영(PET) 등 뇌 영상 검사와 함께 혈액검사로 진행한다.
치매 증상의 상당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 비타민 B12/엽산 부족 등 치료 가능한 원인 질환 때문이다. 혈액검사로 간단히 확인 가능하고 치료도 된다. 30~40대 가운데 ‘젊은’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치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치매가 아닐 때가 많아 복잡한 검사를 시행한다. 우선 치매 진단은 자녀ㆍ배우자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 스스로 병원을 찾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치매 증상을 더 먼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나 배우자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부모나 배우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수시로 메모해 두면 치매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매 완치 치료제 아직 없어
치매를 완치하는 치료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고혈압 약과 당뇨병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고혈압과 당뇨병이 낫지 않는 것처럼 치매 약을 먹는다고 해서 치매가 완치되거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치매 약을 복용하고 적절한 초기 관리를 통해 치매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치매 치료를 위해 허가된 약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 등이 있다. 이러한 치료제 효과를 보조해줄 수 있는 약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이 있다. 치매 치료제 효능에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초기에 적극 치료하면 악화를 늦출 수 있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치매 가운데 가장 흔한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아두카누맙)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2003년 메만틴 이후 18년 만에 등장한 신약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뇌에서 제거하는 원인 치료제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약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아두카누맙이 국내에서 쓰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뇌ㆍ사회ㆍ육체 활동 늘리면 치매 진행 늦춰
치매로 진단돼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신체ㆍ정신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두뇌ㆍ사회ㆍ육체 운동을 계속하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고령인이나 치매 환자가 활동을 덜하면 인지 기능도 떨어져 치매 발병이나 진행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