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 없는 서러움을 맛본 바이어가 많다. 현금을 앞세운‘캐시 오퍼’(Cash Offer) 바이어와의 경쟁에서 밀려 이제 오퍼라면 진저리를 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바이어들에게 희소식이 찾아왔다. 소득도 높고 크레딧 점수도 우수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바이어들을 대신해 캐시로 집을 구입해 주는 업체가 등장했다.‘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가 최근 바이어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iBuyer(Instant Buyer)’ 업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선 현금 구매, 후 모기지 대출’방식 iBuyer 업체
자금 사정 어려운 바이어 대신 현금 구매 대행
◇ 현금 구매 다시 증가
주택 시장에서 캐시 오퍼는 ‘왕’으로 통한다. 모기지 대출을 못 받아 거래가 깨질 위험이 없기 때문에 셀러들이 가장 선호하는 오퍼다. 지난 7월 전체 기존 주택 거래 중 현금 구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3%였다. 1년 전 약 16%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현금 구매 비율은 올해 4월 약 25%까지 증가한 바 있고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 시장 침체 뒤 헐값에 나온 급매물이 캐시 오퍼를 앞세운 투자자와 외국인들에게 많이 팔린 바 있다. 이후 캐시 현금 구매 비율은 점차 감소 추세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 바이어를 대신해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해 주는 이른바 iBuyer와 ‘핀 테크’(Fin-tech) 업체가 주택 시장에 진출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 바이어 오퍼 경쟁력 높여줘
주택 시장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iBuyer 업체에 의한 주택 구매 활동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오픈도어, 레드핀 나우, 질로우 오퍼스, 켈러 오퍼스 등이 있고 최근에는 셀하우스캐시닷컴, 패스트홈오퍼닷컴, 세임데이홈세일닷컴, 익스프레스오퍼스닷컴 등 온라인 위주 업체의 구매 활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단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뒤 바이어들에게 되파는 방식 위주였다. 하지만 최근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바이어를 대신해 현금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업 방식을 펼치고 있다. iBuyer 업체가 타깃으로 삼은 대상은 소득과 크레딧 조건은 갖추고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바이어다. 캐시 오퍼를 무기로 오퍼 경쟁력을 높여 줘 내 집 마련을 돕고 있다.
◇ 선 현금 구매, 후 모기지 대출
대표적인 iBuye 업체 오픈도어는 올해 3월 ‘현금 보장 오퍼 프로그램’(Cash Backed Offer Program)을 론칭했다. 바이어가 에스크로 마감일까지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현금 구매를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셀러 측의 오퍼 수락 확률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오픈도어는 현금으로 주택을 구매한 뒤 바이어가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120일간의 기간을 주고 매매 가격의 1%에 해당하는 현금 구매 대행 수수료를 부과한다. 만약 120일 내에 대출을 받으면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추가로 120일 간의 기간이 주어지고 필요한 대출이 나올 때까지 매매 가격의 0.02%에 해당하는 수수료가 매일 부과된다.
예를 들어 오픈도어가 30만 달러짜리 주택을 현금 구매 방식으로 구매해 주는 경우 바이어는 우선 1%에 해당하는 3만 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120일 기간 내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을 받아야 한다. 만약 120일 기간 동안 대출이 나오지 않아 120일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이 기간 동안 일일 0.2%에 해당하는 7,200달러(30만 달러 X 0.2% X 120일)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된다. 30만 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하면서 약 1만 200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리스팅 가격에 비해 약 3.4% 높게 구매한 셈이다. 하지만 다른 바이어들과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해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점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대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다.
◇ ‘웃돈 경쟁’ 감안하면 나쁘지 않아
리스팅 가격보다 3.4% 높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최근 리스팅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게 팔리는 매물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구입이라고 볼 수도 없다. NAR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매매된 주택은 리스팅 가격보다 평균 약 4.1%~4.5%에 높은 가격에 팔렸고 7월의 경우 이보다 낮은 평균 약 3.7% 높게 팔렸다.
이 같은 트렌드와 비교하면 iBuyer 업체를 통한 주택 구입이 오히려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리본’(Ribbon)이나 ‘억셉트’(Accept, Inc.)와 같은 iBuyer 업체도 오픈도어와 비슷한 방식으로 주택 현금 구매 대행을 실시하지만 수수료 부과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NAR이 올해 5월~7월 부동산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iBuyer를 통한 주택 매매 비율은 전체 매매 중 약 2%로 아직까지는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 턱없이 부족한 주택 공급 사정이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전망으로 이에 따른 지속적인 주택 가격 상승세가 예상돼 전문가들은 앞으로 iBuyer를 통한 주택 거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높은 금액 제시, 자유로운 이사 일정’ 셀러에게도 유리
iBuyer 업체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주택 시세 프로그램을 활용해 오퍼 가격을 산정한다. 이른바 ‘자동 주택 시세 평가’(AVM) 방식을 통해 적정 시세를 산출하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iBuyer 업체들은 자체 산출 시세 대비 평균 약 98%~99%에 해당하는 금액을 오퍼를 통해 셀러 측에 제시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택 가격이 치솟고 구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iBuyer 업체가 제시하는 오퍼 가격은 시세 대비 평균 약 107%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금 구매가 보장되고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최근 iBuyer 업체의 오퍼 제시에 관심을 보이는 셀러도 늘어나는 추세다.
iBuyer 업체를 상대로 집을 팔 때 장점이 또 하나 있다. 대부분의 셀러들이 보유 주택을 팔고 새 집을 구하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iBuyer 업체는 셀러로부터 주택을 구매한 뒤 이사 일정을 여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에 쫓겨 주택 거래를 마치고 이사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셀러가 원하는 경우 일주일 안에 속전속결로 주택 거래를 끝내는 iBuyer 업체도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