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매물 가뭄에 곧 단비가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가 이미 시작됨에 따라 종료자 중 상당수가 주택 시장에 집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종료자의 약 50%가 주택 처분에 나설 경우 8월~10월 세 달 사이에만 최다 약 42만 채의 매물이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닷컴이 유예 프로그램 종료 뒤 예상되는 매물 증가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8월~10월에만 기존 주택 매물 최다 40여만 채
FHA 대출 많은 지역 중심으로 매물 더 나올 전망
◇ 유예 수혜자 약 180만 명 단계적으로 종료
극심한 매물 부족 탓에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어들이 이제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주택 소유주를 보호하기 위한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매물 가뭄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까지 전국적으로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주택 소유주가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으나 7월 31일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집을 팔기 위해 주택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질로우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6월 현재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수혜자는 약 178만 명으로 향후 수개월간 이들 중 적게는 약 10%, 많게는 약 50%가 집을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은 이미 지난 7월 31일부터 종료가 시작됐고 내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질로우닷컴에 따르면 8월부터 10월 사이 약 85만 명에게 적용됐던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이 끝날 예정이다. 이중 9월 한 달에만 약 45만 명의 주택 소유주가 프로그램 종료를 맞게 되며 10월에도 약 29만 명에 달하는 주택 소유주가 프로그램 종료를 앞두고 있다.
◇ 8월~10월, 매물 최다 약 42만 채 증가
질로우닷컴은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로 8월~10월 기간 동안 기존 주택 매물이 약 21만 1,700채 증가해 전체 매물은 6월 대비 약 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 기간 동안 이뤄진 매물 증가로 주택 거래 역시 약 13% 늘어날 것으로도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를 앞두고 실시된 조사를 근거를 이뤄졌는데 당시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약 25%에 해당하는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몇 차례 연장되면서 기대됐던 매물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종료가 확실시되고 있어 ‘가뭄에 단비’처럼 매물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질로우닷컴은 최악의 경우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 뒤 주택 처분에 나서는 주택 소유주가 약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경우 8월과 10월 사이 약 42만 3,000채에 달하는 매물이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와 매물 부족 사태가 상당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로그램 종료자 중 약 10%만 집을 내놔도 8월과 10월 세 달 동안 매물이 약 8만 5,000채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바이어들의 선택의 폭이 다소 넓어지게 된다.
질로우닷컴 측은 “향후 3개월간 수만 내지 수십만 채에 달하는 기존 주택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2008년과 같은 압류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일부는 재정 사정이 나아져 페이먼트 재개에 나설 능력을 갖췄고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그동안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대부분 정상적인 매매 방식을 통해 소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FHA 대출 많은 지역 매물 증가폭 커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의 혜택이 끝난 뒤 집을 내놓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택 소유주는 FHA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한 경우다. 연방 주택국(FHA)이 보증하는 FHA 대출은 주택 구입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첫 주택 구입자 또는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고안된 대출 프로그램이다.
FHA 대출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매우 낮고 소득이 높지 않기 때문에 유예 프로그램 종료 후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주택 처분 등으로 제한적이다. 따라서 FHA 대출자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유예 프로그램 종료로 인한 매물 증가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 연구소’(AEI)가 FHA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 FHA 대출자 중 연체 건수가 가장 높은 도시는 애틀랜타(약 4만 2,000건), 휴스턴(약 4만 건), 시카고(약 2만 8,000건), 달라스(약 2만 2,000건) 등이다. 가주에서는 리버사이드의 FHA 대출 연체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유예 프로그램, 압류 사태 막는데 큰 역할
코로나 사태로 갑작스럽게 닥친 경제 위기에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과 압류 유예 조치 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모기지 시장 조사 기관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주택 압류 건수는 약 8,100건으로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기대침체기 였던 2008년과 2010년 분기 평균 약 45만 채의 주택을 대상으로 압류 절차가 진행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코로사 사태 이후 전체 모기지 대출자 중 약 14%가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의 혜택을 통해 주택 압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블랙나이트는 설명했다. 경제 사정이 점차 나아지면서 유예 프로그램 수혜자 숫자도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프로그램 시행 초기인 지난해 5월 유예 프로그램 신청자는 약 470만 명에 달했지만 이 숫자는 올해 7월 약 186만 명으로 감소해 모기지 연체와 이에 따른 주택 압류 등의 위험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
◇ 밀린 대출금 어떻게든 상환해야
‘소비자 금융 보호국’(CFPB)은 유예 프로그램 종료 뒤 밀린 대출금을 일시불로 상환할 의무가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밀린 대출금이 탕감되지는 않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상환을 재개해야 한다. CFPB는 유예 프로그램을 종료를 앞둔 대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을 설명했다.
‘상환 재개 프로그램’은 재정 상황이 나아진 대출자가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 기존 상환액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추가로 납부하는 옵션이다. 매달 지불되는 추가 상환 금액은 그동안 밀린 대출금에서 차감된다.
기존 상환액 외에 추가 금액 납부가 어려운 대출자는 ‘지불 연기 또는 분할 청구’ 옵션이 고려된다. 이 옵션을 통해 밀린 대출금 상환 시기가 대출 계약 만료 이후로 조정된다. 또 밀린 대출금은 모기지 재융자, 주택 매매, 계약 만료 시점에 상환할 수 있도록 후 순위로 변경도 가능하다.
재정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기존 상환액을 여전히 감당하기 힘든 대출자는 ‘모기지 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현 재정 상황에 맞춰 상환액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으로 조정되지만 밀리게 되는 금액은 총 대출 상환금액에 추가되는 옵션이다. 유예 혜택 기간이 길지 않아 연체 금액이 많지 않거나 재정 상환이 크게 개선된 대출자는 ‘계약 회복’ 옵션을 통해 밀린 금액을 일시불로 갚을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