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 상황이 한풀 꺾이며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입 전형 준비는 어렵기만 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입학전형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내신성적(GPA)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원자들이 학교 성적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특히 내신성적 중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난이도가 높은 도전적 과목인 AP(Advanced Placement). AP수업은 고등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과목을 공부하는 것으로 우수한 학생들에게 더 높은 차원의 학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정규 수업보다 난이도가 높은 AP 과목 수강은 대학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히 명문대를 겨냥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입 전형에서 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AP는 어떤 과목을 몇 개나 들어야 하는 것일까. 또 AP 수업은 시험을 통해 일정 점수를 받아야 한다. AP 과목 수강전략과 AP 시험 준비요령 등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본다.
10학년부터 매년 수강할 과목과 갯수 플랜 수립
새내기땐 1~3개 적당… 11학년부터 핵심과목 시작
시험점수 전형 주요 기준 아니지만 만점시 유리
■ 수강 계획 수립하기
AP 과목의 경우 고교 4년간 언제 어떤 과목을 수강할 것인지에 대해 플랜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때 전제되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적성, 학교의 상황을 감안해야한다.
전체 플랜을 수립하려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로 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고교 새내기인 9학년에는 상대적으로 학습 부담이 적고 중학교 때의 실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한 두 개 과목 정도를 수강하는 편이 좋다.
어떤 과목을 듣는가도 중요한데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과목은 환경과학과 인문지리, 심리학 등이다. 9학년의 경우 핵심 과목들은 가능하면 어너 클래스로 선택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난이도가 더 높은 AP 클래스 수강에 큰 도움이 된다.
10학년이 되면 기본적으로 AP 과목 1~3개 정도는 수강해야 한다. 특히 세계사나 미국사 같이 조금 까다로운 과목을 필수로 선택하고 나머지 한 두 개는 부담이 덜 되는 과목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도 괜찮다. 물론 10학년때도 아너 클래스는 계속 수강한다.
11학년에는 AP 과목 선택에 있어 9~10학년때의 경험과 성적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다. 또 AP 영어, AP 미적분학 또는 AP 생물학 같은 핵심 과목에 대한 수강도 시작한다.
너무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 전체 학습에 대해 너무 많은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강 과목 수를 조정해야 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ACT나 SAT 응시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아이비리그나 탑스쿨을 희망한다면 AP 과목 수를 3~5개 정도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레벨의 대학이 목표라면 2~4개면 족하다. 12학년에는 핵심 과목을 중심으로 AP 클래스를 수강한다. 탑클래스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12학년에도 5~6개의 AP 클래스를 수강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대입지원 일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
■ 대학이 원하는 AP 과목 갯수
성공적인 대입을 위해서는 몇 개 정도의 AP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어떤 대학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탑 20 정도의 명문대를 타겟으로 한다면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외국어 같은 핵심과목들은 반드시 수강하는 게 좋고 여기에 더해 희망하는 전공이나 관심분야, 목표 등과 연계되는 과목을 추가하면 좋겠다. 이 경우 대략 7~12개 과목이 될 것이다.
100위권 대학을 희망한다면 핵심과목 대부분을 선택하고 여기에 한 두 과목을 추가해 4~8개 정도면 적합하다.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대학의 경우 핵심과목 몇 개와 원하는 전공과 관련된 과목 중심으로 1~5개 정도를 수강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과목 수강시 고려할 요인
AP 과목을 수강하는 데 있어 욕심은 금물이다. 우선 정규 수업과 더불어 과외활동에 큰 지장을 줄 정도라면 곤란하다.
많은 연습량이 요구되는 악기 연주를 하거나 운동, 스피치, 토론 등 대학 수준의 리서치와 액티비티를 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무리한 AP 과목 수강으로 인해 전반적 스케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특히 전국 레벨의 대회 참가나 경시를 준비한다며 더 그렇다.
이런 점에서 가장 흥미롭고 관심이 가는 AP 과목을 선택하고 이왕이면 대학에서 계속 전공하기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더 좋을 것이다. 수강을 결정하기 전 성적과 수업의 경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9학년 때 AP 과목을 전혀 듣지 않았던 학생이 10학년이 되어 무리하게 여러 과목을 듣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어떤 학생은 10학년이 되어 한꺼번에 4개 정도의 AP과목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을 지치게 만드는 첩경이다. 사실 일반 과목과 달리 많은 AP 클래스는 독학으로 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많은 AP 과목들이 11학년이나 12학년이 되어서야 수강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도 한다.
예를 들어 AP 영어는 보통 11학년이나 12학년에 가르치는 학교들이 많다. 또 대부분 고등학교는 과학(생물학, 화학, 물리학)의 경우 아무리 빨라도 10학년까지는 AP 클래스 수강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9학년이나 10학년 때는 AP 인문지리학이나 심리학과 같은 강좌로 시작하는 학생이 많다.
AP 시험도 신중해야 한다. 첫 시험을 잘 치르고 자신감이 충만해지며 11학년과 12학년 때 더 많은 시험을 보려고 하는데 절대 과부하가 걸리게 해서는 안 된다.
■ 수강시 주의할 사항들
AP 수강은 무리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과욕’을 알 수 있는 신호가 있다. 예를 들어 AP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일반 과목에서 성적이 서서히 혹은 눈에 띄게 떨어졌거나 평소에 하던 액티비티나 과외활동들을 하는데 지장을 주는 경우다.
AP 과목의 부담이 너무 큰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또 AP 수강을 신청할 때는 백업 플랜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난이도가 높은 BC 미적분학을 신청하는 경우 추후 AB 미적분학으로 클래스 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식이다.
AP 클래스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학점도 해를 끼친다면 어너클래스나 정규수업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는 게 좋다. AP 클래스에 등록하기 전에 지도 카운슬러와 상담하고 학기 중 스케줄 변경에 대해 알아본다.
AP 과목 수강에 있어 ‘피어 프레셔’도 담담해질 필요가 있다. 주변에 AP과목을 여러 개 듣고 시험도 자주 치른 급우가 있다면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자만 모두가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입전형은 모든 스펙을 고려하는 포괄적 전형이다. AP만이 아닌 전체적 학점, ACT/SAT 점수, 액티비티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AP 클래스 하나 추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AP 클래스 하나를 더 듣는 바람에 학점이 떨어지거나 과외활동이 지장받는다면 오히려 손해다.
■ AP 시험 통과율과 트렌드
최근 AP 시험 응시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득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AP시험은 5점 만점으로 5점은 대학 과정에서의 A+ 또는 A와 동등한 성적으로 간주되며 4점은 A-, B+ 또는 B에 해당된다. 3점은 B-, C+ 또는 C로 여겨진다.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해주는 3점이상 통과율은 약 60-70%. 하지만 과목별 만점비율과 통과율은 크게 차이가 난다.
2점 이하는 통과되지 못한 점수로 역시 대학 학점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영어, 과학, 역사 등의 경우 5점 만점자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반면 일부 외국어의 경우 시험 통과율과 만점 비율이 높은데 예를 들어 중국어 시험 통과율은 90%에 육박하며 만점비율도 60%가 넘는다.
스패니시는 88.7%가 통과한 반면 25.2%만이 만점을 받았다. 이에 반해 미국사의 통과율은 53%, 만점비율은 11.8%에 그쳤다.
■ 평균 점수와 난이도 별개
AP 시험은 과목별로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때 난이도라고 하면 평균점수를 떠올리겠지만 평균점수와 난이도는 일치하지 않는다. AP 수강 과목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중국어(4.19), 미적분 BC(4.04), 일본어(3.69), 물리학(3.76), 스페인어(3.71) 등은 다른 과목에 비해 평균 점수가 높지만 난이도는 만만치 않다. 외국어 과목의 경우 원어민이나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평균 점수를 많이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있다. 즉 이런 학생이 아닌 교실에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평균 점수인 ‘스탠다드 스코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문지리(2.55), 환경과학(2.68), 미국정부와 정치(2.73)등은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과목들이잠 비교적 쉬운 과목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과목의 통과율은 낮은 편이다. 9~10학년등 저학년생들이 처음 AP 과목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도 이들 과목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충분히 공부하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과목별 평균 점수는 과목 자체 난이도도 있겠지만 어떤 층의 학생들이 응시했는가에도 달려 있다.
이런 점에서 평균 점수가 아주 높다고 해서 자신도 없는 과목을 선택하지 말고 반대로 평균 점수가 낮다고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다.
■ 시험고려 땐 과목 선택 신중
AP 과목 수강후 시험까지 고려한다면 과목 선택에 더 신중해야 한다. 과목선택 기준은 여럿이 있겠지만 우선 대학에서 원하는 전공과 관련된 과목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입학 사정관들 역시 전공과 관련된 AP 과목 성적에 대해 중점을 둔다.
다음은 AP시험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과 성향. 예전부터 성적이 양호했던 자신있는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것도 좋다.
반대로 평소에도 어려워하던 과목이라면 AP 시험의 통과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제외하는 편이 낫다.
AP 과목은 일반 과목에 비해 학습량이 엄청나다. 의욕만 앞서 진도도 쫓아가지 못하는 정도라면 오히려 다른 일반 과목 공부에 방해만 줄 수 있다. AP 과목 때문에 다른 전체 과목의 GPA가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면 이 또한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 AP 점수 대입 전형 기준?
대입전형에서 AP시험 점수는 얼마나 반영될까. 여기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는 정답은 나올 수 없다. 전문가들은‘상황에 따라 다르다’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AP시험 점수가 대학 합격 여부에 있어 ‘중요 요소’는 아니라는 전문가들 설명도 있다.
물론 여러 과목에서 5점 만점을 받은 학생이라면 치열한 대입 전형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강점을 지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 대입 전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시험 점수, 내신 성적, 레주메와 동등한 취급을 받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 AP 과목의 내신 성적과 시험 점수 사이에 간격이 크다면 대학측에선 고교의 성적 인플레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어쨌든 AP 시험 점수는 자발적 보고가 원칙이라 만족스럽지 않은 점수라면 보고하지 않는 편이 낫다.
■ SAT 대신 AP 점수로
요즘 많은 대학에서 SAT나 ACT 같은 표준화시험 대신 AP 시험 점수를 대입전형시 제출하게 한다. 주로 ‘테스트 플렉시블’(test-flexible) 정책을 시행하는 대학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지원자가 AP 시험에서 5점을 받았다면 대입 전형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뉴욕대(NYU)는 SAT와 ACT 대신 세 개의 AP시험 점수를 제출해도 무방하며 로체스터대학도 대입전형 주요 기준으로 AP시험 점수를 사용한다.
■ AP시험 응시후 베니핏
AP 시험 통과는 대학 크레딧 외에도 다른 베니핏이 있다. 우선 자신이 대학 수준의 과정을 잘 수료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AP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 일부 대학에서는 작은 스칼라십을 제공하기도 한다.
AP 시험의 경우 응시하기 위해 AP 클래스를 반드시 수강할 필요는 없으며 같은 해에 미적분 AB와 미적분 BC를 둘 다 치를 수 없다. 시험당 45달러를 지불하면 이 경우 레잇테스팅(Late Testing)을 이용해 치를 수 있다.
■ 대학 학점으로 인정
AP 시험 점수가 대입 전형의 중요한 기준은 아니지만 이를 잘 활용할 수도 있다.
일부 대학은 실제 학점은 주지 않더라도 AP 시험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특정 코스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형 설문 조사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전공을 위한 전문 강좌로 넘어갈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필수 작문 클래스 등 특정 분야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
AP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학점을 주는 대학도 있다. 대개 주립대들은 최소한 몇 개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경우 크레딧을 인정해준다.
이런 AP 학점은 대학 졸업 요건에도 부합해 재학 중 더 적은 과목을 수강해도 되는 베니핏을 누리게 된다. 하버드 등 몇몇 대학은 AP 학점을 합치는 것을 허용해 6~7학기 내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4년차에는 석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비싼 등록금을 고려할 때 대학을 더 저렴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대학의 AP 시험 점수와 정책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최근엔는 일부 명문대들 사이에서 AP 시험성적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축소하는 추세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