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덮친 감염병은 전 세계에 ‘식량 위기’도 불러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식량 부족이 심화하면서 7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12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펴낸 ‘2021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는 7억2,000만∼8억1,100만명 사이로 추정된다.
중간값인 7억6,800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배고픔에 직면한 사람이 전년보다 1억1,800만명이나 늘었다. 수십 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보고서는 짧은 기간에 식량 사정이 급속히 악화한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코로나19를 지목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가 식량 부족 현상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의미다.
대륙 별로는 식량 위기에 처한 전체 인구(중간 값) 가운데 아시아 거주 인구가 절반 이상인 4억1,800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프리카(2억8,200만명) 중남미(6,000만명)가 뒤를 이었다.
식량난은 어린이들에게 더 가혹했다. 전 세계 5세 미만 영ㆍ유아 다섯 명 중 한 명(22%)인 1억4,900만명은 발육부진을, 4,500만명(6.7%)은 체력 저하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위기 실태 조사에 물리적인 제한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더 안 좋을 수 있다”면서 선진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또 2030년까지 지구촌에 굶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이른바 ‘제로 헝거(Zero Hunger)’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