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서부를 펄펄 끓이고 있는 전례 없는 폭염에 두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예견된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미 서부 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열돔(Heat Dome)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연일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일어나는 빈도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폭염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지목하면서 이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열돔은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찬 공기와 따듯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졌을 때 대기권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해 ‘지붕’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지열에 데워진 공기가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고기압이 발달한 지역에선 하강기류가 발생해 지상의 공기를 누르며 ‘단열압축’ 하기 때문에 기온이 오른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시애틀 등에선 하강기류가 산 경사면을 타고 아래로 흐르면서 고온 건조해져 기온상승을 부추기기도 한다.
캐나다 환경부의 선임 기후학자 데이빗 필립스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폭염의 이른 시기와 강도, 지속성을 볼 때 기후변화를 부르는 지구온난화에 책임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이제는 인간과 관련된 요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온난화를 촉진하는 탄소배출과 같은 인간 활동에 따른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미 1970∼1980년대 이후로 기후학자들이 지구온난화 때문에 폭염이 더 잦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면서 “많은 이들이 전례 없는 이번 폭염에 충격을 표시하지만, 수십 년간 그 조짐은 계속돼 왔다”고 꼬집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짐 핸슨은 1988년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수십 년 내로 많은 지역에서 인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기온 변화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 폭염은 강력해졌다. 2003년 유럽 폭염은 7만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2010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러시아에서는 5만 명이 사망했다.
이번 폭염도 심상치 않다. 지난 28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최고기온이 118도까지 치솟아 캐나다 기존 최고기온 기록을 하루 만에 또 경신했다. 포틀랜드와 시애틀 기온도 28일 각각 116도와 107도를 기록해 또 신기록을 세웠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압력솥과 같은 효과를 내는” 기후 현상으로 앞으로 5일 이상 북미 서부 지역의 기온이 113도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클레어 누리 WMO 대변인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서부에서 예외적이고 위험한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서늘한 기온에 더 익숙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북미 지역뿐 아니라 유럽도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고 있다. 누리 대변인은 이번 더위가 “아라비아반도와 동유럽, 이란, 인도 북서부, 러시아 서부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