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시장에 나와 있는 바이어들은 그야말로‘생지옥’을 경험 중이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좀처럼 줄지 않아 주택 구입이 여간 힘든 시기가 아니다. 올해 1분기 주택 거래는 작년 1분기에 비해 약 20%나 급증했고 지난 4월 주택 중간 가격은 1년 전보다 무려 약 19%나 치솟았다.
이처럼 주택 구입 광풍이 불어닥치는 와중에도 내 집 마련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있다. 마치 전쟁과도 같은 주택 구입 경쟁에서 승리하는 그들만의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USA뉴스앤월드리포트가 주택 구입 경쟁을 뚫을 수 있는 오퍼 전략을 소개했다.
셀러 가려운 곳 긁어주는 적극적인 오퍼 내세워야
에스컬레이션 조항, 감정가 차액 보전 등 공격적 조건도
◇ 캐시 오퍼
여러 명의 바이어가 경쟁하는 경우 전액 현금 구매 조건의 ‘캐시 오퍼’(Cash Offer)를 제시한 바이어가 늘 ‘승자’ 대접을 받는다. 캐시 오퍼는 모기지 대출을 끼지 않고 구매 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의 오퍼다.
모기지 대출을 낀 오퍼는 대출 승인이 나지 않아 거래가 중간에 깨질 위험이 있지만 캐시 오퍼는 그런 위험이 없다. 그래서 셀러들은 가격이 조금 낮아도 대출을 끼지 않은 캐시 오퍼를 선호한다.
캐시 오퍼를 위해 현금을 마련하는 일은 물론 쉽지 않다. 그래서 일부 바이어는 다른 목적으로 모아 둔 현금 자산을 최대한 동원하기도 하고 부모의 개인 은퇴 계좌를 깨서 현금을 지원받기도 한다. 일단 캐시 오퍼를 통해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바이어 중 일부는 주택 구입 뒤 ‘캐시 아웃’(Cash Out) 재융자를 통해 주택 구입으로 나간 현금을 보충하기도 한다.
◇ 대출 승인이 빠른 은행
캐시 오퍼가 힘들다면 융자 사전 승인을 받는 것은 필수다. 구입 경쟁이 전혀 없는 시기에도 융자 사전 승인 없이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은 총 없이 전쟁터와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융자 사전 승인은 오퍼를 제출할 때 시기를 불문하고 반드시 필요한 절차지만 요즘처럼 경쟁이 과열된 시기에는 조금 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대출 은행 중에서도 모기지 대출 승인 절차가 빠른 은행을 통해 사전 승인을 받게 되면 경쟁력 있는 오퍼 조건을 갖출 수 있다. 일부 부동산 에이전트에 따르면 7일만에 대출 승인을 해주는 은행이 있는데 이 같은 은행을 통해 사전 승인을 받으면 캐시 오퍼와 동등한 조건의 오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셀러 측에게 직접 연락해 셀러가 선호하는 조건에 맞춰 대출을 발급해 주는 적극적인 대출 은행도 있다. 이사 준비를 해야 하는 셀러는 에스크로 기간이 너무 짧으면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럴 경우 대출 은행이 셀러의 이사 준비 또는 새 집 구입 시기에 맞춰 대출 발급 시기를 조정해 주면 셀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 에스컬레이션 조항
요즘처럼 주택 시장이 과열된 시기에는 ‘에스컬레이션 조항’(Escalation Clause)이 오퍼에 자주 등장한다.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이른바 복수 오퍼가 일반적인 현상처럼 여겨지는 요즘 셀러는 여러 명의 바이어를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작업을 꺼린다. 그래서 바이어를 상대로 아예 처음부터 최상의 조건으로 오퍼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셀러가 많다.
제출된 오퍼 중 가장 좋은 조건의 오퍼만 선별해 거래를 진행하겠다는 의도다. ‘셀러스 마켓’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처럼 볼 수 있지만 바이어 입장에서는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이처럼 오퍼 경쟁에서 이겨야 하지만 다른 바이어의 오퍼 조건을 파악하기 힘들 때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많이 사용된다.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예를 들어 30만 달러에 오퍼를 제시하면서 만약 더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시되면 최고 35만 달러까지 가격을 조정하겠는 조건의 조항이다. 만약 경쟁 바이어가 34만 달러에 오퍼를 제시하더라도 오퍼 가격을 35만 달러까지 올릴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셀러 측은 기존 오퍼 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오퍼가 제출됐다는 것을 증명해야 에스컬레이션 조항의 효력이 발생한다.
◇ 홈 인스펙션 조항 일부 수정
셀러가 모기지 대출 조건 다음으로 부담을 느끼는 조건이 홈 인스펙션 조건이다. 홈 인스펙션 조건은 주택 거래 기간 중 바이어가 주택 점검을 실시해 만약 문제점이 발견되면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이미 결함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셀러는 홈 인스펙션 조건이 포함된 오퍼를 부담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바이어들 중 상당수가 셀러들이 꺼리는 홈 인스펙션 조건을 삭제한 오퍼를 많이 제출하는데 부작용이 적지 않다. 주택 구입 뒤 중대한 결함이 발견돼 후회는 물론 막대한 수리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홈 인스펙션 조건을 삭제하는 대신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방식으로 셀러의 부담과 바이어의 위험을 동시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홈 인스펙션을 실시하지만 발견된 문제에 대해서는 셀러 측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그리고 만약 발견된 문제가 심각해 에스크로를 취소해야 한다면 입금된 디파짓 중 절반만 바이어에게 환불된다는 조건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집이 없기 때문에 이미 결함 사실을 알고 있는 셀러는 수정 홈 인스펙션 조건이 들어간 오퍼를 부담 없이 수락할 수 있다.
◇ 감정가 차액 보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 마음 같아서는 집값을 마음대로 올리고 싶은 셀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집값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감정가 조건이 포함된 오퍼의 경우 셀러가 내놓은 가격이 적정 시세보다 높을 경우 거래가 깨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모기지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의 경우 매물의 적정 시세를 산정하는 감정 절차가 진행된다. 대출 은행 측에 의해 진행되는 절차로 매물의 시세를 계약 가격과 비교해 적정한 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감정을 통해 산정된 시세를 기준으로 모기지 대출 발급액도 결정된다.
만약 계약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을 경우 바이어는 대출 은행으로부터 주택 구입에 필요한 금액을 전액 대출받지 못하게 돼 거래가 취소되기 쉽다. 대출을 낀 오퍼는 감정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데 계약 가격과의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계약 가격과 감정가 차이를 보전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해 셀러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35만 달러에 구입 계약을 체결했지만 감정가가 32만 달러밖에 나오지 않은 경우 차액에 해당하는 3만 달러를 바이어가 추가로 지불해 중도 취소 없이 거래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는 조건이다. 감정가 보전 조건을 제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해당 매물의 적정 시세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정 시세보다 셀러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 바이어의 위험 부담이 그만큼 높아진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