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에세이는 수험생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중 하나다. 뭔가 남들과 다르고 대단한 것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제대로 하지 못한 준비 등 여려 요인이 있을 것이다. 사실 에세이 작성은 오랜 준비기간을 갖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서 보강하는 등 철저하고 효과적인 준비를 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추천서와 더불어 에세이의 중요성은 간과해서 안 된다.
특히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명문 대일수록 그 비중이 높은 것도 현실이다. 그런 만큼 가급적 일찍 준비하고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에세이 주제 선택에서 작성 요령,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팁까지 대입 에세이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자신을 잘 드러내며 간결하지만 디테일하게
늦어도 11학년 여름방학 전에 준비 시작해야
인생 전체가 아닌 의미있던 사건이나 스토리로
■ 에세이준비 11학년부터
12학년의 대입 지원서 작성 과정 자체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좋은 에세이를 작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남겨 놓아야 한다. 에세이는 자신을 농축해서 제한된 공간 안에 다 보여줘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어쩌면 많은 수정과 교정, 감수를 거쳐야 한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아무리 늦어도 11학년 후 여름방학 전 시작해야 한다. 이 때 칼리지리스트를 만들고, 그 대학들이 요구하는 것들을 준비하고, 대학들의 마감일에 맞추어 원서를 마쳐야 한다. 당연히 에세이 준비도 같이 이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에세이를 잘 쓰는 비법이란 간단하다, 단 기간에 외워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걸쳐서 제대로 연습해야 된다는 것이다.
■ 토픽 선정 신중, 자신 드러낼 수 있게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픽 선정이다. 우선 자신과 관련성이 높은 것을 선택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낫다. 대학에 나의 어떤 부분을 알리고 싶은지를 자문해 보자. 그리고 경험 자체보다는 나의 성격, 성품 등에 대해 묘사하고 표현할 수 있으면 좋다. 사실 대학들이 에세이를 통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지원자 개개인의 사고와 성향, 능력이기 때문이다.
에세이 주제 선택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쉽게 하나를 선택하지 말고 각 주제에 대해 브레인스토밍을 거치라는 것이다.
사회적 혹은 정치적이나 종교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면 가급적 삼가는 편이 낫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아주 제한된 단어와 문장으로 모자람 없이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작성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어린 학생들의 부족한 경험이나 연륜으로는 풀어나가기 어려운 숙제 일 수 있다. 논란이 되고 있거나 양측의 입장차가 확연한 뜨거운 이슈도 버겁다. 자칫 입학 사정관과 수험생의 견해 차이가 크다면 사정관이 높은 평가를 내리는 데 있어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거창하지 말게
많은 학생들이 에세이를 떠올리며 하는 잘못 중 하나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650단어에 녹여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잘못됐고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주제를 너무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삶에서 정말로 의미가 있었던 스토리나 사건을 찾아보라. 예를 들어 콩쿠르의 마지막 순간에 역전을 했다든가 휴가 중 몇 일 간 정전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도 좋다.
최근에 마음을 뒤흔든 글을 읽은 적이 있는지도 생각한다. 많은 이야기 중 자신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쳤거나 가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좋은 에세이란 백화점 식으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나열하기 보다 자신의 캐릭터와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이 다리 하나가 없는 애완견을 입양했을 때의 자신의 애완견에 대해 달라진 생각이나 인생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그저 개를 좋아하는 이유만 설명한 평범한 에세이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 방향을 잃었다면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었으며 이를 전달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예를 사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 디테일하고 재미있게
에세이에서 어떤 스토리를 작성할 때 입학사정관 입장에서 글을 읽으며 그 장면을 상상하게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실 많은 지원자들이 에세이 속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전달하면서 간과하는 게 디테일이다. 인상적인 에세이란 어쩌면 사소하고 디테일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또 특별한 게 없다면 재미있게 써야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명문대 대입 사정관으로 매일, 그리고 몇 주 동안 수많은 에세이를 읽어야 한다. 책상에 도착하는 에세이의 90%는 아주 지루하고 10% 정도는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드는 게 보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읽는 순간 웃음 짓게 만드는 재미있는 에세이라면 분명히 입학 사정관에게 큰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물론 무조건 웃기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에세이라도 많은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설득력 있는 주제, 직설적이고 파워풀한 서술, 흠잡을 데 없는 문법과 기억할 만한 문체 등을 두고 하는 말이다. 페이소스가 있는 작은 웃음도 괜찮다.
■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보라
좋은 에세이를 쓰는 요령 중에는 ‘먼저 쓰고 나중에 편집하기’를 들 수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글을 쓰며 하는 경험이 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읽었을 때 느낌이 다르다.
같은 글이라도 읽는 사람의 생각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평가받는 이유다.
처음부터 너무 멋지게 글을 쓰려고만 하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에세이 쓰기 방식이 아니다.
인상 깊고 설득력 있는 에세이를 쓰는 것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든 한번에 완벽한 글을 쓰기란 힘들다.
어느 정도 드래프트가 완성된 후에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요청하고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사와 카운슬러, 어드바이저와 교수 같은 사람들이라면 에세이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주고 구체화하는 데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피드백은 에세이 작성에서 중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에세이는 다른 사람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 좋은 에세이를 많이 읽으라
‘좋은 에세이를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으라’는 말이 있다.
이런 점에서 대학 진학에 성공했던 좋은 에세이들을 많이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글들은 인터넷상에도 많은데 존스홉킨스대학이 웹사이트에 싣고 있는 ‘에세이스 댓 웍트’(Essays That Worked)도 그중 하나. 여기에 들어가면 다양한 주제의 다양한 학생들이 작성한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다. 어떤 주제와 표현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자신의 에세이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내도록 노력하라.
■일기나 메모를 해두라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이야깃거리나 나만의 경험을 생각나는 대로 써두는 것도 에세이 작성에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을 찍거나 소셜 서비스에 올려도 괜찮다. 기억을 되살리는 도구로 쓸 수 있다.
경험하는 모든 것을 세세히 쓰려고 하면 몇 일 되지 않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냥 포인트만 적어 두어 나중에 기억을 끄집어내는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나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써도 충분하다.
저널링 방식인 이런 습관은 작가들도 흔히 사용하며 나중에 이러한 기억의 단편들을 모아서 글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찍부터 이러한 습관을 가지고 훈련이 되면 나중에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서 에세이 작성에도 분명 도움이 되며 글의 내용도 훨씬 깊이 있고 풍부한 내용이 나오게 된다.
■ 간결하게 작성하라
토픽을 선정했다면 어떤 식으로 에세이를 작성할까. 전문가들은 “토픽을 정했으면 자신이 그동안 해온 일들이나 관심사, 과거에 있었던 일, 기억에 남는 일, 좋은 결과를 얻었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가장 핵심이 될 수 있는 것을 골라 에세이 작성에 들어가라고 조언한다. 특히 명심해야 할 것은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것. 입학 사정관들이 매일 읽어야 할 에세이 분량이 엄청나다.
너무 많은 단어를 나열하거나 장황한 설명은 입학 사정관들의 인내를 시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작성한 글을 읽어보며 과감하게 불필요한 단어들을 솎어내고 느낌이 잘 전달되는 생생하고 간결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따져본다. 정리과정은 에세이를 심플하게 만들어 주고 훨씬 정확한 메시지를 입학사정관들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급 어휘를 남발하는 것은 금물
에세이에서 대학 수준의 고급 어휘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어휘를 많이 쓴 에세이일수록 실수가 생기기 쉽다. 왜냐하면 고급어휘를 문장에 맞게 적재적소에 정확히 사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급어휘의 경우 동의어들 사이에서도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고급 어휘는 그저 꼭 필요할 때 한 두 개, 에세이의 맛을 더하기 위한 양념이 될 정도면 족하다.
매거진 등에 등장하는 은유적이거나 학생과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피하는 편이 낫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굳이 외국어나 전문용어로 사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결론적으로 고등학생에 맞는 어휘력으로 문장을 이어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이다. 사실 학생들 영어 실력은 SAT나 학교 성적에 잘 드러나 있다. 고급 어휘나 전문용어로 가득 찬 에세이가 수준이 높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입학 사정관들에게 잘난 척하는 것처럼 비춰지거나 신뢰도를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가이드라인 준수, 제한 단어 수를 활용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에세이라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낭패다. 커먼앱 에세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약 600자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대략 더블 스페이스로 3페이지 정도다. 일부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에세이 관련 보충 요건에 대한 지침도 마련하고 있다.
단어 제한 수를 활용하는것도 필요하다. 혹시 간략하게 작성하라는 말이 ‘글을 짧게 쓰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예를 들어 에세이의 제한 단어 수가 650개인데 100개의 단어만을 사용해 완료했다면 어떨까.
자신이 엄청난 글재주를 가진 능력자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비유하자면 쓸데 없이 테이블 위에 돈을 두고 나왔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셰어링’하지 못한 쪽에 가까울 것이다.
자신의 에세이에서 충분히, 또 제대로 표현하기에 어느 정도의 단어가 적합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 중간 부분도 신경을 써라
에세이 작성에 있어 강력한 도입부와 엣지 있는 결말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반면 중간 부분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입학 사정관들은 교사와 달리 에세이를 모두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고 상당한 시간 제약을 받는다.
650개 단어의 에세이를 작성한다면 그들의 관심을 끌고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내용이 중간 정도, 즉 250~320개 단어 사이에서는 등장해야 한다
■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
에세이 작성이 거의 완료되었다면 반드시 ‘세컨 오피니언’을 구하는 것이 필수다. 글에 대하 조예가 깊은 전문가라면 더 좋다. 에세이 제출 전에 리뷰해달라고 요청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명백하게 보이는 실수도 자신은 찾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단 이 과정에 있어 2~3명으로 제한하는 편이 좋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에세이를 고쳐나가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 입시 과정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가장 적합하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