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64)씨는 밤이 두렵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수면제 처방까지 받았지만 불면 증세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수면병원을 찾아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았다. 이씨는 전혀 잠들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검사 영상에서는 분명히 자고 있는 영상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씨의 병명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수면착각증후군’이었다.
만성불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 2명 중 1명이 수면착각증후군으로 고생한다. 서울수면센터가 지난해 6~12월 수면 다원 검사로 불면증 진단을 받은 200명(남성 95명, 여성 105명)의 만성불면증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잠을 잤지만 잠을 자지 않았다고 착각한 환자 즉, 수면착각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 비율이 65%였다. 10명 가운데 6명이 넘는 사람들이 충분히 잠을 자고도 그러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수면 다원 검사 후 설문 조사를 했더니 실제 수면 시간의 30%도 자지 않았다고 답한 경우가 41%, 30~50%만 잤다고 답한 경우가 18%, 50~70%만 잤다고 답한 경우는 20%였다. 불면증 환자 중 상당수가 잠을 잤는데도 불구하고 잠을 자지 못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수면착각증후군은 수면 중 여러 가지 원인으로 빈번히 깼을 때 특히 심하게 나타난다. 수면착각증후군 원인은 코골이ㆍ수면무호흡증ㆍ소리 없는 코골이인 상기도저항증후군 등 수면호흡장애가 68.5%, 팔다리가 떨리는 수면장애인 사지운동증후군이 23%, 기타가 8.5% 등이다.
실제로 잠을 많이 자고도 적게 잤다고 생각할수록 수면무호흡증 지수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수면을 착각하는 비율이 높은 환자일수록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중 각성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비율로 수면을 착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면착각증후군을 앓는 환자들은 수면이 부족하다고 여겨 더 많이 자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밤에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는 부담감과 불안감이 커져 오히려 질 좋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수면착각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낮 시간대 업무 성취도가 크게 떨어지고, 운전 중 과도한 졸림 현상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잠을 자려고 하는 과정에서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면 우울증ㆍ고혈압 등이 생길 우려도 있다. 특히 수면호흡장애를 가진 수면착각증후군 환자가 검사를 받지 않고 불면증으로 오인해 수면제를 복용하면 수면 도중 호흡 기능이 더 떨어져 위험할 수 있다.
수면장애가 의심되면 먼저 수면 다원 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수면 다원 검사는 수면에 대한 종합 검사로 수면 질, 수면 단계, 수면 장애 등을 확인하고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며 “현재 수면 다원 검사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용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