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오르던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세로 반전했다. 이자율 하락 소식을 가장 반기는 곳은 재융자 시장이다. 지난 두 달간 이자율이 크게 오르면서 재융자 수요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두 달만에 이자율이 다시 떨어지자 재융자 신청이 다시 줄을 잇고 있다.
재융자를 실시하는 가장 큰 목적은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 모기지 페이먼트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재융자로 절약되는 비용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융자가‘약’ 또는‘독’이 될 수 있다. 재정 전문 머니 매거진이 재융자 시장 현황과 재융자 활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이자율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재융자 다시 급증
두 달 연속 오르던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자 재융자 시장을 중심으로 모기지 신청이 증가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는 모기지 이자율이 두 달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4월 셋째 주 모기지 신청이 전주 대비 약 8.6% 늘었다고 발표했다. 모기지 신청이 증가한 것은 이자율이 오르기 시작한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모기지 신청은 대부분 재융자 목적으로 재융자 신청은 전주보다 약 10% 증가해 전체 모기지 신청 건수 중 약 60%를 차지했다.
조엘 칸 MBA 부대표는 “모기지 이자율이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6주 연속 하락했던 재융자 신청 증가를 이끌었다”라며 “컨벤셔널, 정부 보증 등 형태 구분 없이 모기지 신청이 전반적으로 늘었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주택 구입용 모기지 신청은 전주 대비 약 6% 증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7%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의 경우 코로나19로 전국적으로 주택 매매 활동이 거의 중단된 시기로 경제 제재가 해제되기 시작한 여름 이후 주택 거래가 폭증했다. 칸 부대표는 “최근 경제 지표 호조와 인구 증가로 앞으로 주택 구입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매물 부족과 수요 상승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평균 모기지 대출 발급액도 증가세”라고 설명했다.
◇ ‘비상 자금’ 마련용으로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의 이자율로 인해 재융자 발급 규모는 2019년 대비 무려 약 129%나 급증,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자율이 아직 크게 오르지 않아 여전히 수백만 명에 달하는 주택 보유자가 재융자를 실시하면 월평균 약 303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낮은 이자율 덕분에 재융자 혜택의 폭이 크게 늘었지만 재융자로 절약되는 금액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융자가 ‘약’이 될 수도 있고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재융자를 하긴 해야겠는데 뚜렷한 활용 목적이 없다면 우선 비상 자금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가계 재정의 기본 원칙은 적어도 3개월~6개월치 비상 생활비를 별도로 마련해두는 것이다. 실직이나 소득 감소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상 자금이 없을 경우 고리 대출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의 프랭크 노태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융자로 절약된 금액을 뮤추얼 펀드, 머니 마켓 펀드, 세이빙 계좌 등 안전한 금융 상품에 투자하라”라며 “이렇게 마련된 자금은 비상시나 은퇴 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라고 머니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조언했다.
재융자로 절약되는 금액을 다른 지출에 대한 유혹 없이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 이체다. 매달 절약되는 금액을 자동 이체 방식으로 이자율이 높은 세이빙 계좌로 입금하면 목표한 비상자금 마련에 도움이 된다. 체킹 계좌와 세이빙 계좌 용도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머니 마켓 펀드도 비상 자금 마련에 유용한 금융 상품이다. 머니 마켓 펀드는 일반 은행 계좌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고 잔고가 많을수록 더 높은 이자율 제공하는 은행도 있기 때문에 각 은행별 제시 이자율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 고리 적용 기타 부채 상환
비상시 사용할 자금을 이미 충분히 마련했다면 재융자로 절약되는 비용을 모기지 이외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은 역대 최저로 낮은 수준인 반면 기타 부채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여전히 매우 높다. 대부분의 가구가 지니고 있는 크레딧 카드 부채, 자동차 할부금 등을 갚는데 사용하면 높은 이자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자금 융자를 상환하는데도 재융자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 리모델링 비용 마련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이 늘면서 홈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최근 재택근무에 마땅한 집 찾기가 힘들어지자 필요에 맞게끔 고쳐 살자는 수요다.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재택근무를 선호한다는 것으로 조사돼 앞으로도 리모델링에 나서는 가구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경우 무리하게 주택 구입에 나설 필요 없이 재융자를 통해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재택근무 공간 마련을 위해 지하실 또는 다락방을 개조하는 공사가 많이 실시되는데 재융자를 통해 공사 비용 일부를 마련할 수 있다. 리모델링 규모가 큰 경우 ‘캐시 아웃’ 재융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홈 에퀴티’ 비율이 높은 주택 소유주는 ‘캐시 아웃’ 재융자를 통해 이자율도 낮추고 공사에 필요한 목돈을 조달할 수 있다.
◇ 모기지 조기 상환
재융자로 절약되는 금액을 모기지 페이먼트 추가 납부에 활용하면 조기 상환의 꿈이 이뤄진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추가로 납부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추가 납부되는 금액이 모기지 원금에 적용되도록 모기지 서비스 업체 측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달 추가 납부가 부담스럽다면 1년에 한 달 치로 추가로 납부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연말에 한 달 치 페이먼트에 해당하는 목돈 마련이 부담스러운 경우 한달치 페이먼트를 12달로 나눠서 월 페이먼트에 추가해서 납부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월 페이먼트 금액이 1,013달러일 때 12달로 나눈 금액 약 84달러를 월 페이먼트에 포함한 금액인 1,097달러를 매달 납부하는 방법이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