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업계가 매물을 찾아달라는 바이어들의 아우성으로 몸살이다. 어쩌다 새 매물이 나오기라도 하면 마치 주택 구입에 성공한 것처럼 기쁘기만 하다. 그러나 매물 찾기에 혈안이 된 바이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는 순간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다.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일단 오퍼부터 넣고 보자는‘무모한’ 바이어를 쉽게 볼 수 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매물은 구경조차 하기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한 셀러의 전략을 특히 조심해야겠다.
매물 부족한 시기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매물 사진부터 설명까지 꼼꼼히 점검을
◇ 어 사진이 없네
매물 사진이 집을 파는 시대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거의 모든 바이어가 인터넷으로 매물을 검색하다 보니 매물 사진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매물 설명보다는 사진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바이어가 많아 매물 사진에 공들이는 셀러가 많다.
전문 업체를 통해 매물 사진을 촬영하지 않는 셀러가 드물다. 최근에는 3D 촬영, 드론 촬영 등 첨단 기법까지 동원한 매물 사진이 대세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매물을 검색하다 보면 일부 매물은 사진이 형편없거나 또는 별다른 사진이 올라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매물 안팎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사진 수십 장을 함께 올리는 것은 기본인데 매물 내부 사진 한 장조차 없는 매물도 있다.
충분한 사진 없이도 팔 수 있겠지 하는 셀러의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사진을 통해 매물을 보여주지 못하는 속 사정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사진이 형편없거나 충분하지 못한 매물은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 고풍스럽고 아늑하다고?
매물 사진에 이어 바이어들이 확인하는 내용이 바로 매물 설명란이다. 사진만으로 보여주기 힘든 부분은 매물 설명란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매물 설명에 사용되는 각 단어의 속뜻을 정확히 이해해야 매물의 실제 조건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용 매물’(Investor Friendly), ‘보살핌이 필요한’(Needs TLC) 등의 표현은 매물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수리가 필요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잠재력이 큰’(Tons of Potential), ‘뼈대가 튼튼한’(Good Bones) 등의 비슷한 표현도 수리가 요구되는 매물이라는 의미다.
‘고풍스러운’(Quaint) 또는 ‘아늑한’(Cozy) 등도 매물 설명란에 자주 사용되는 단골 표현이다. 얼핏 들으면 마치 우리 집처럼 아늑하고 동화에 나오는 집처럼 고풍스러울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주택 면적이 작거나 지은 지 오래된 집을 돌려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흔히 등장한다. 따라서 이들 단어가 눈에 띄면 주택의 실제 면적과 건축 연도부터 확인하도록 한다.
◇ 이 가격에 믿을 수 없는데
가격이 낮다고 반드시 좋은 조건의 매물은 아니다. 가격이 낮게 나온 매물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적정한 가격의 매물을 골라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격이 적정한지 파악하려면 인근에서 최근 매매된 다른 매물의 가격과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만약 지역 주택 거래가 뜸해 비교할 만한 매매 자료가 없다면 적정 시세 파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비교 대상 매매 자료 부족으로 시세 파악이 힘든 지역의 매물도 주의해서 접근해야 할 대상이다.
또 시세에 비해 너무 저렴하게 나온 매물도 이유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주택 가격이 요즘처럼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가격을 대폭 낮춘 이유는 대부분 빨리 팔아야 하는 것이 이유일 때가 많다. 매물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정상적인 시세로는 내놓을 수 없는 경우에도 낮은 가격을 앞세워 바이어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전략이 흔히 사용된다.
◇ 이 동네는 집이 자주 팔리네
유독 한 길에 집을 내놨다는 사인이 많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또는 같은 동네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주택 매매가 타지역보다 자주 이뤄지기도 한다.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매물이 자주 나오는 숨겨진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웨이 진입로 인근으로 차량 통행이 많은 지역이거나 인근에 철로가 지나가 소음이 심한 지역의 경우 주택 구입 뒤 얼마 못가 집을 내놓는 셀러가 많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인근에 대규모 쓰레기 처리장이 있었는데 한 바이어가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주택을 구입했다.
그런데 매일 오후 4시만 되면 대형 쓰레기 수거 트럭이 쓰레기 처리장으로 줄지어 향하는 것을 발견하고 힘들게 구입한 주택을 다시 내놓기로 결정한 경우도 있다.
◇ 겉은 화려한데
집을 내놓기 전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셀러가 많다.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빨리 팔기 위한 목적인데 ‘눈 가림’식으로 리모델링이 실시된 매물을 주의해야 한다. 누수로 인한 자국을 간단한 페인트 덧칠로만 덮으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수리 없이 페인트칠만 하면 누수가 다시 발생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페인트 덧칠 흔적이 남기 때문에 홈 인스펙션을 통해 점검하도록 한다.
한 부동산 에이전트에 따르면 마당의 낡은 목재 울타리를 셀러도 아닌 리스팅 에이전트가 적절한 방수 처리 없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덧칠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눈 속임용’ 수리가 한 곳이라도 발견되면 다른 곳의 수리도 적절히 실시되지 않았을 것으로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