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손 씻기와 손 소독이 일상화되면서 손바닥이나 손톱 주위 피부에 작은 물질이 생기는 손 습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손 씻기 횟수가 10회 이상인 사람은 10회 미만인 사람보다 손 습진 발생 위험이 2배 이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손 습진은 반복적으로 손에 작고 투명한 물집이 무리를 지어 발생하고, 가려움을 일으킨다. 10~40세에 많이 발생한다. 뚜렷한 원인은 없지만 스트레스, 다한증이나 아토피 질환 과거력, 금속 알레르기, 아스피린이나 피임약 복용, 흡연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습진이 심해지면 스테로이드 연고로 증상을 조절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피부 위축, 상처 치유 지연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만성 중증 손 습진은 체계적인 치료가 필수다. 일반적인 국소 스테로이드로는 치료가 까다롭다. 이럴 때는 알리트레티노인 성분을 활용한 2차 치료 등을 고려해야 한다. 3~6개월 꾸준히 복용하면 손 습진 재발을 막고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국제가이드라인인 유럽접촉피부염학회(ESCD)에서도 2차 치료인 국소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2차로 알리트레티노인을 사용하도록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알리트레티노인은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권하는 유일한 2차 치료제다. 최소 4주 동안 강력한 국소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는 만성 중증 손 습진 치료에 쓰인다. 손 습진 증상이 사라져 피부가 깨끗해질 때까지 하루 1회 10~30㎎을 식사와 함께 또는 식사 직후 복용한다.
조소연 서울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는 “알리트레티노인은 스테로이드와 비교해 효능이 좋고 부작용도 적다”며 “손 습진이 심해져도 참기보다는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연고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면 한방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강민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는 “발생 부위의 염증 조절도 중요하지만, 손 습진은 결국 면역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므로 원인을 파악해 함께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급성 염증으로 수포가 많이 발생하면서 가렵고 붉어질 때는 염증 완화를 위한 내복 한약과 외용 한약으로 습포 치료를 진행한다. 강민서 교수는 “증상이 심하면 국소 피부에 직접적으로 항염증ㆍ항알레르기 작용을 한다고 밝혀져 있는 소염 약침 치료를 병행한다”며 “수포가 가라앉고 각질이 생기면서 딱딱해지고 갈라질 때는 손 피부를 회복시키는 한방 연고와 함께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면역계통 한약을 함께 먹는 게 좋다”고 했다.
피부 질환이 없다면 습진 발병을 줄이기 위해 손 씻는 횟수를 줄이고, 글리세린 등 보습 성분이 들어간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그러나 손 습진이 생겼다면 손 소독제 속 알코올 성분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피하는 게 좋다. 손 습진 환자는 순한 성분의 손 세정제로 손을 되도록 적게 씻는 게 최선이다. 손을 씻은 후에는 물기를 제거하고 향료 등 자극 성분을 포함하지 않은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