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빅리그 아시아 최고 타자 추신수(39) 영입이라는 큰 선물을 팬들에게 안겼다. 신세계 측은 추신수가 2021시즌 새 출발을 알리는 상징적인 역할과 동시에, 명문 구단을 이어갈 버팀목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3일 “추신수와 연봉 27억원에 입단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SK가 2007년 4월 2일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추신수를 지명함에 따라, SK를 인수한 신세계 측이 추신수 지명권을 보유한 상태였다. 추신수 연봉은 롯데 이대호가 갖고 있던 KBO리그 최고액(25억원)을 깬 금액으로, 추신수는 연봉 중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키로 했다.
이번 추신수의 국내 복귀는 신세계의 적극적인 영입전에 의해 성사됐다. 신세계는 지난달 야구단 인수를 공식화한 이후, SK구단 프런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추신수에게 반드시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벌인 끝에 신세계 유니폼을 입히는데 성공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추신수 영입은 인천 야구팬들을 위한 선물이자 선수단에 약속했던 적극적 투자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추신수 역시 텍사스와 7년 계약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다른 구단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 받았지만, KBO에서 뛰며 국내 팬 앞에서 활약하고 싶은 열망에서 신세계의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 업무를 맡고 있는 송재우 갤럭시아SM 이사는 “이번 오프시즌 동안 총 8팀 빅리그 팀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면서 “신세계의 명확한 메시지가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했다. 어떤 선수든 자신을 인정하고 원하면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세계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출장길에 추신수와 직접 접촉했다는 추측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스포츠단 운영 경험이 없어서 추신수 영입과 관련한 전 과정은 야구단 프런트에 일임했다는 설명이다.
25일 귀국하는 추신수는 신세계 연습경기가 벌어지는 경남지방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친 후 선수단에 합류한다. 추신수는 “늘 마음 속에 KBO리그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며 “영입을 위해 노력해 준 신세계그룹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팬들께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은 꼭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추신수를 TV가 아닌 KBO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국내 야구 팬들의 소망이었다.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16년간 빅리그를 호령한 아시아 대표 타자다. 메이저리그 통산 1,6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1,671안타, 218홈런(아시아 출신 최다 홈런), 782타점(아시아 출신 최다), 961득점, 157도루를 기록하는 등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또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 3할-20홈런-20도루(2009년),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 사이클링 히트(2015년) 기록도 갖고 있다.
이런 추신수에 대한 기대는 한국인 중 가장 성공한 빅리거 박찬호(48)에 버금갈 정도로 크다. 박찬호 역시 추신수와 같은 나이였던 2012년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KBO에 데뷔했다. 박찬호는 성적은 다소 부진(5승 10패 평균자책점 5.06)했지만, 등판하는 날에는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박찬호가 흥행 기폭제 역할을 하며 2012년 KBO리그는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추신수도 신세계를 넘어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KBO를 부흥으로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추신수는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빅리그가 정상적으로 열린 2019년 24홈런을 치는 등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송재우 이사는 “이름값으로 한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아니다”며 “현재 몸 상태는 시즌 때의 80% 수준으로,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이마트를 통해 SK텔레콤과 SK구단에 대한 인수(보유지분 100%를 1,000억원에 인수) 본계약를 마무리하고 KBO에 회원 가입 신청을 했다. 공시에 따르면 인수 배경으로 이마트 및 SSG닷컴 등 브랜드 파워 제고를 통한 시너지와 연계 마케팅, 야구관련 PL상품 개발 등에 따른 고객 유입을 그룹 측은 꼽았다.
<박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