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설들이 공연한 'MTV 언플러그드(Unplugged)' 무대에 함께 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방탄소년단 RM)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MTV 언플러그드'(이하 언플러그드) 무대에 섰다.
'언플러그드'는 미국 음악전문 방송 MTV가 방영하는 어쿠스틱 사운드 기반의 라이브 프로그램이다. 너바나, 에릭 클랩턴, 스팅, 오아시스, 밥 딜런 등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이 거쳐 간 '전설의 무대'여서 방탄소년단이 선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시간 24일 방영된 '언플러그드' 특별 회차에서 현장감이 돋보이는 5곡의 라이브를 선보였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픽스 유'(Fix You)를 커버한 무대. 2005년 발표된 이 곡은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여러분들을 위해 깜짝 준비한 선물"(정국)이라는 예고와 함께 무대를 시작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감미로운 보컬 하모니로 '픽스 유'를 소화했다.
멤버들의 서로 다른 음색이 빚어내는 조화가 돋보였고, RM·슈가·제이홉 등 래퍼들도 드물게 보컬로 합류해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단순하게 꾸며진 세트장을 흰 조명이 가득 채우는 무대 연출도 원곡이 지닌 치유의 정서를 살렸다.
지민은 "작년 한 해 모두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이 곡을 듣고 저희는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여러분 또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커버를 준비했다. 멤버 모두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원곡자 콜드플레이도 방탄소년단의 커버 무대 영상을 자신들의 유튜브와 트위터 계정 등에 올리며 호응을 보냈다. 콜드플레이는 SNS에 한글로 '아름다운'이라고 적고 방탄소년단의 SNS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BE' 앨범 수록곡인 '잠시'와 '블루 & 그레이'(Blue & Grey) 무대도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공개했다.
멤버들은 농구대와 게임기 등으로 자유분방하게 꾸민 세트에서 '잠시'를 부르며 프로그램의 문을 열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라이브를 선보인 뒤 작업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아미 여러분들에게 영감을 받았어요. 'BE' 앨범을 작업해야 했는데 예전에 써뒀던 곡을 듣다가 '이거 쓰면 좋겠는데' 생각이 들었죠. 들은 그 순간에 가사를 다 썼어요."(슈가)
뷔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어쿠스틱 팝 발라드 '블루 & 그레이'는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속 정원에서 라이브를 선보여 곡의 쓸쓸한 감성을 극대화했다.
뷔는 "번아웃은 '블루', 아미들을 못 보는 마음은 '그레이'로 표현한 곡"이라며 "곡의 멜로디가 단순한 편이어서 감정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마무리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BE 수록곡 '라이프 고스 온'과 히트곡 '다이너마이트'였다.
멤버들은 라이브 밴드의 연주와 함께 생생한 질감의 라이브를 선사했다. '라이프 고스 온'은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 '다이너마이트'는 도회적이고 흥겨운 분위기를 살렸다.
진은 "새 앨범 수록곡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됐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넸고, 정국은 "지금처럼 올해도 좋은 음악으로 여러분들의 곁에 머무는 BTS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제이홉은 "저희의 목소리를 여러분에게 직접 들려드릴 날을 기다리면서 지치지 않고 열심히 달리겠다"고 다짐했고, 지민도 "우리는 서로라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