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던 텍사스주에서 베트남계 일가족이 정전 속 추위를 이기기 위해 벽난로에 불을 피웠다 화재가 발생하면서 할머니와 손주 3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참극이 발생하는 등 텍사스주 혹한 및 정전으로 인한 비극들이 곳곳에서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2일 CNN에 따르면 이같은 참극은 텍사스주 슈가랜드 지역의 한 주택에서 지난 15일 발생했다. 베트남계 이민자인 론 레는 외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5마일 가량 떨어진 곳으로 차를 타고 왔고, 정전 속에서 외손주 올리비아(11), 에디슨(8), 콜레트(5) 3명과 벽난로 옆에서 보드게임 및 카드놀이를 한 후 오후 9시30분께 주택 2층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러나 벽난로의 불이 번지면서 화마가 집을 삼켰고, 소방국은 16일 새벽 2시께 화재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1시간여에 걸친 진화작업 끝에 불길을 잡았으나 외할머니와 손주들은 사망한 뒤였다.
당시 1층 침실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의 어머니 잭키는 “눈을 떠보니 병실에 누워있었다”며 “그날 밤 일어났던 일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녀는 “2층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길 속에서 소리치던 게 기억난다”며 “의식이 돌아온 후 엄마도 아이들도 내 곁에 없었다”며 울먹였다.
레는 워킹맘인 딸을 돕기 위해 날마다 외손주들의 픽업 등을 도맡았고, 이날도 정전 속에 아이들을 돌보다 불길 속에 외손주들과 함께 끝내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고펀드미 사이트에서는 이들 가족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쇄도해 22일 오후 현재 약 35만 달러 가량의 기부금이 모아졌다.
이번 남부 한파로 수십명이 사망한 가운데 추위를 피하려 차량에서 난방을 틀거나 벽난로를 쓰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