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병이 진행돼도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장기를 ‘침묵의 장기’라 표현한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간 외에도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장기가 또 있다. 바로 식도다.
식도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낙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존율 기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조재일ㆍ김홍관 교수,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연구팀은 식도암에서 조건부 생존율 개념을 대입해 5년 장기 생존율 분석 결과에서다.
식도암 수술 후 장기 생존자들의 조건부 무재발률, 사망률, 생존율에 대한 체계적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생존율 전망치는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환자의 5년 생존율을 평가하는 반면, 조건부 생존율은 치료 과정에 따라 특정 시점에 생존율을 재평가한다.
수술 후 재발과 사망 확률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재산정하는 것이다. 치료 후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로 해당 질환과 관련해 재발률ㆍ사망률이 감소해 생존율이 높아지게 된다.
연구팀은 1994~2016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한 식도암 환자 2,915명 가운데 항암ㆍ방사선 치료 등을 하지 않은 환자 1,883명의 조건부 무재발률 및 생존율을 계산했다.
수술 당시 기준으로 이들 환자의 향후 5년간 무재발 전망치는 65.2%로 평가됐다. 하지만 5년이 지나 다시 평가했을 땐 91.9%로 껑충 뛰었다.
즉,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앞으로 재발 확률이 8%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재발 확률이 매년 1~2%에 불과하다.
전체 사망 원인을 고려해 생존율을 쟀을 때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진단 당시 전망한 5년 생존율은 63.7%였지만 수술 후 5년 경과 시 75.8%였다.
식도암 환자는 대체로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로 5년이란 세월의 부담을 더하더라도 생존율이 증가한 것이다.
암환자가 아닌 일반 대중의 생존율 기준으로 비교한 상대 생존율의 경우에도 수술 당시 예측한 5년 생존율은 70.2%였지만, 수술 후 5년뒤에는 86.4%로 올랐다.
조재일 교수는 “식도암은 한동안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조기 발견이 되고 수술과 항암 치료 및 방사선 치료 등 치료법이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치료 성적이 매우 좋아졌다”며 “이제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홍관 교수는 “암 환자 상당수는 수술 당시 들은 5년 생존율을 기억하고 있고, 수년이 지나서 상황이 좋아진 상태에서도 본인의 예후를 실제보다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환자의 수술 후 기간을 고려해 무재발률이나 생존율을 갱신해 환자들의 과도한 불안을 줄이는 근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동욱 교수는 “연령별로 들여다 보면 재발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령에서도 확연히 감소했지만, 전체 생존율은 고령환자에서는 감소세가 적었다”며 “이는 심혈관 질환 등 식도가 아닌 다른 질환 원인에 인한 사망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술 후 다른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미국외과학회 공식 학술지인 ‘외과학 연보(Annals of Surgery)’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