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낯선 한국 땅에서 청춘을 바쳤던 미국의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한국에서 온 선물상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 워싱턴사무소에 따르면 과거 한국에서 교육·보건 활동을 자발적으로 도왔던 미국 평화봉사단원 514명에게 보낸 방역키트 선물(사진)이 이달 초중순 속속 도착했다.
마스크 100장, 항균 장갑, 홍삼캔디, 은수저, 민속부채 등이 들어있는 ‘코로나19 생존박스’를 받은 옛 봉사단원들은 감격스러워하면서 재단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세월이 흘러 코로나19에 취약한 노년층이 된 이들로서는 하루 1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미국 땅에서 다른 무엇보다 귀중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1967∼1968년 봉사활동을 한 조엘 켐젠은 미네소타주 자택에 도착한 선물을 받자마자 이메일을 보내 “재단으로부터 온 멋진 선물에 너무나 감사하다”며 “한국에서 보낸 시절에 대해 애정어린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어려울 때 한국을 돕자, 팬데믹 때 한국이 보답했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1966∼1968년 춘천의 한 여고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샌드라 네이선(75)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7일 KF로부터 ‘생존박스’라고 적힌 귀중한 선물을 받은 네이선은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마치 1968년부터 내게 여행해온 상자인 것처럼 느껴졌다”며 “그 상자에는 마법 같은 것이 있다. 한국인들이 저 멀리서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어했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전직 봉사단원도 1971년부터 1974년까지 광주에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쳤다며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의 너그러움에 영원히 깊이 감사할 것”이라고 편지를 보냈다.
KF 관계자는 “1960년대 한국의 보건의료 상황이 정말 열악했는데 그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뤄 코로나19의 모범 대응국이 돼 미국보다 훨씬 더 잘 대응하는 것을 보니 놀랍고 봉사한 보람을 느낀다고 연락해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