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론’ 비등에도 7천만여표 득표…공화당 대선 후보 중 최다 기록
바이든과 격차 2.8%P…”미 우선주의·경제살리기 호소, 여전히 먹혔다”
7일 미국 대선 승리를 선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무엇보다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고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지난 4년간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통치 기간 미국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도 이날 밤 당선 연설에서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민주당이 아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당선 일성으로 '화합'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대선 개표 결과는 화합과 통합을 위해 미국이 가야 할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경합주를 중심으로 개표 내내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슬아슬한 초박빙 승부를 계속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밖 선전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가 보여준 분열적 정치 행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이라는 유례없는 혼돈까지 더해져 '트럼프 심판론'이 비등했지만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CNN 방송 집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따낸 표는 7천39만 장으로, 2016년 대선에서 받은 최종 표보다 740만표 많다.
이는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 중에서 최다를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득표율로 봐도 2016년에는 46.1%이던 것이 이번 대선에서는 이날 현재 47.7%를 나타내고 있다.
또 바이든(7천456만표, 50.5%)과의 격차도 표수로는 417만표, 득표율로는 2.8%포인트에 불과해 '아슬아슬한 패배'가 점쳐진다.
이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참패할 것이란 관측은 빗나가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잃게 됐을지는 몰라도, 여전히 표밭에서 득점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지층 기반이 확대되고 견고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다.
민주당도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호하게 등을 돌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표함 뚜껑이 열린 뒤에는 이와 다른 현실이 펼쳐졌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 출마자들은 '트럼프 악재'에 발목을 잡힐까봐 우려했었다.
하지만 하원 선거에서 오히려 공화당은 이날 현재 8석을 따내고 민주당에 2석만을 내줬다. 상원 선거 역시 민주당에게 다수당 지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으나 현재로서는 공화당이 과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트럼프 심판론이 먹히지 않은 이유로는 '트럼피즘'(트럼프식 정치)이 여전히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치분석가인 스튜 로텐버그는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 바람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참패"가 아니었으며, "코로나19 및 경제 대책 실패에도 4년 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입증했으며,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으로도 파고들었다고 로텐버그는 덧붙였다.
공화당 인사인 조 그루터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경제 자유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 유권자의 표를 끌어왔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것도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캐런 핀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화법으로 표를 따내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베일로 가린, 암호화한 화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을 내세워 대선 결과 불복 의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정치세력화한다면 미국 사회의 혼돈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