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외면한 채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의사를 담은 소송전에 본격 나서면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치게 될 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캠프가 대선 이튿날인 4일부터 경합주를 중심으로 개표 중단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재검표 요청이나 우편투표 관련 이의제기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이같은 소송전이 길어지면 최종 결과 발표 지연을 넘어 자칫 연방 대법원이나 연방 하원에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4개주서 ‘불복’ 소송
트럼프 캠프는 미시간·조지아·펜실베니아 등 3곳에서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뒤 네바다에서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에서 “(개표 과정에) 의미있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부정행위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5일에는 네바다주에서 최소 1만명이 불법 투표했다고 주장하며 일명 ‘불복’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패배가 예상되거나 패배한 주에 대해 투·개표 과정의 무결성을 공격하겠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3개 주 모두 개표 중반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에 있다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역전(미시간주)당했거나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곳들이다. 네바다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때 8,000표까지 맹추격한 지역이다.
초접전을 벌이다 바이든 후보가 역전승을 거둔 위스콘신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일부 지역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재검표를 요청한 것이다. 98% 개표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49.4%)와 트럼프 대통령(48.8%) 간 득표율 격차는 단 0.6%포인트다. 바이든 후보가 2.6%포인트 앞선 미시간주에서도 트럼프 캠프 측의 재검표 요구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집중 비난해온 우편투표 관련 법정 싸움도 확대되고 있다. 선거일 소인이 찍힌 경우 6일 도착분까지 인정한 펜실베니아주 대법원 결정을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갔던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날 조기 결정을 거듭 촉구했다. 개표 중단을 요구한 조지아주에선 채텀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우편투표 접수시한인 3일 오후 7시 이후 도착분을 분리 보관토록 법원에 요구하기도 했다.
■선거인단 구성 못하면 하원이 결정
법정 싸움이 지속되면 결국 연방 대법원이 당선인을 결정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 간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송이 대표 사례다. 주 법원에서 시작해 연방 대법원까지 간 후 재검표 중단이 결정됐고, 결국 부시 후보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선 직전 연방대법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연방대법원을 6대3 보수 절대우위 구도로 재편한 것을 두고 진작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우편투표=사기’를 주장하며 소송을 예고해왔다. 소송전 장기화로 12월8일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못해 양측 모두 270명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은 연방하원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50개 주가 각각 1표씩 행사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사수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주별로 보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주가 26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연방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연방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한 경우는 1800년과 1824년 단 두 번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