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다시 볼까 두려움에 떨어
경찰·의원들 아동 성범죄자 보석 반대
호주의 11살 소녀가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이 보석으로 풀려난 날 심리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퍼스 남서쪽 시골 마을에 사는 안네리에세 우글(11)은 지난 20일 퍼스 어린이 병원에서 숨졌다.
호주 원주민인 우글은 전날 자해로 인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회복되지 못했다.
우글이 자해한 날은 그를 포함해 13세 이하 어린이들을 10여차례에 걸쳐 성폭행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 66세 남성이 보석으로 풀려난 시점이다.
이 남성은 우글과 같은 마을에 살기 때문에 그의 출소는 어린 소녀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글의 어머니는 딸이 2014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6년 이상 성범죄 피해를 보았으며, 그 남자가 사는 이 지역에서 벗어나길 간절하게 원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딸과 같은 피해자들이 더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언론을 통해 딸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들은 아동 성범죄자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보석으로 풀려나서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국가에 호소했다.
어머니는 우글이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을 보기 좋아했으며 영리하고 밝은 성격의 아이였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딸은 아름다운 작은 영혼이었고, 모든 사람이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우글의 이모 코리나 에이브러헴(43)은 지난 22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의회에서 성범죄자 보석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경찰도 우글의 성폭행범을 풀어준 조치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매케이브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 경찰 치안감은 "사건의 경위와 심각성을 고려할 때 피혐의자에 대한 보석은 고려되지 않았어야 했다"며 "경찰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글의 극단적 선택은 주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자유당 의원들은 아동 성범죄로 기소된 사람은 보석 신청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과 이웃 100여명은 지난 20일 우글과 작별 인사를 하려고 병원에 모였다.
경찰은 병원을 찾은 우글의 가족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