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무역업계와 제조업 업계가 미국의 홍콩 내 은행 제재 가능성에 떨고 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홍콩의 메인 은행에 대한 제재가 시행될 경우 홍콩 산업계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산업계 인사들을 인용해 미국이 홍콩 금융기관 제재를 시작하면 현재보다 더욱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보도했다.
홍콩에 대한 제재는 지난 7월14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별 지위를 행정명령으로 종료시키면서 미 정부가 제출한 홍콩자치법을 기반으로 한다. 홍콩자치법은 홍콩의 자치를 훼손한 개인과 단체 뿐만 아니라 이들과 ‘중요한 거래’를 한 은행도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무부는 어떤 곳이 제재 대상인지 조사해 보고해야 하는데 그 시점이 임박했다.
SCMP는 HSBC와 스탠다드차터드은행과 홍콩의 기타 금융기관들은 잠재적인 제대 대상이므로 미 국무부 보고서를 주시할 것으로 관측했다.
마이클 후이와킷 홍콩수출입협회 부회장은 “워싱턴이 홍콩 금융기관을 타깃으로 한다면 벌금 부과나 미화 사용 제한 등이 제재 내용일 것”이라고 SCMP에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은행이 타깃이 될 경우 이 은행을 통해 미국과 거래하는 기업은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며 “홍콩 기업들이 다른 은행에 계좌를 열어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먼 후사오밍 주 홍콩 중국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미국의 제재가 홍콩의 제조업과 무역업체에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해외 수요 감소로 이미 홍콩 산업계가 좌절에 빠져있는 가운데 거래 은행마저 제재를 받으면 최악의 상황에 몰린다는 우려다.
미국의 홍콩자치법은 제재 대상이 미국 관할 내에 있는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한다. 신규 취득과 보유도 안 되고 양도, 운송, 수출도 안 된다. 그야말로 미국 내 재산이 꽁꽁 묶여 버린다. 여기에 미국 달러 사용 제한까지 걸어버리면 은행은 사실상 국제 거래의 결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되고 홍콩의 제조업과 무역업체는 외국과의 거래가 막힌다.
후샤오밍 부회장은 “금융 부문이 재채기를 하면 홍콩은 감기에 걸린다”면서 “상업과 산업 부문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홍콩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실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홍콩 은행에 대한 제재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이 중국과 홍콩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펼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홍콩 산업계의 고민이 깊다.
한편 미국 정부는 홍콩이 6월30일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자 8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10명의 홍콩 및 중국 본토 고위 관료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맹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