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힘든 시기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영화를 만든 한인이 있다. 고독한 노병과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 영화 ‘드라이브웨이즈’(Driveways)의 앤드류 안 감독이다.
개봉 당시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의 신선도 지수 100%를 받은 이 영화는 지난 4월 작고한 명배우 브라이언 데니히의 묵직한 연기가 빛을 발해 코로나 시대 꼭 봐야할 힐링 영화로 꼽히고 있다. 사랑스럽고 섬세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라는 평과 더불어 코로나19 자택 대피령으로 집에 홀로 머무는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치유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앤드류 안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인간다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캐릭터들이 프레임 밖에 있다는 느낌을 관객들이 받기를 원해서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식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밝혔다.
아시안 편모와 함께 사는 사교적이지 못한 8세 소년이 혼자 사는 나이 든 한국전 참전 용사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서서히 영그는 우정을 통해 고독과 소외,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는 안 감독의 데뷔작 ‘스파 나잇’(Spa Night) 이후 더욱 성숙해진 감독의 시선을 느끼게 한다.
알게 모르게 감정이 가슴을 적시면서 궁극적으로 깊은 감동을 겪게 되는 영화, 감정을 과소비하지 않고 절제하면서 작품 전체에 골고루 섞어가며 철저히 자제된 연출력으로 영화를 한 폭의 고운 인간 풍경화 같이 그린 안 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는 평 그대로다.
안 감독의 ‘드라이브웨이즈’는 영화평론가 이사벨 존스가 올해 관람한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 극찬한 작품이다. 집에 갇혀있으며 컴퓨터로 다시 이 영화를 보았다는 그녀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고통받은 시기 ‘델과 코디(노병과 소년)의 우정이 마음 속 깊이 와닿았다며 우리 모두는 연약한 인간이며 고통을 통과하는 길이 사랑이라는 진리를 아름답게 상기시켜 준다고 평했다.
‘드라이브웨이즈’의 소년은 원래 아시안 캐릭터로 설정돼있지 않았다. 안 감독은 연출을 맡았을 때 외부인인 엄마와 아들을 아시안으로 바꾸자고 프로듀서에게 제의했고 정체성 탐구에 강한 안 감독의 장점이 캐릭터의 빛을 발하게 했다.
외부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커뮤니티에 들어와 그들을 환영 혹은 불편하게 만드는 다양한 캐릭터를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시안 아메리칸 주인공으로 인해 미묘하게 깊어지고 풍부해진 것이다.
브라운대학과 캘아츠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한 안 감독은 성적 정체성에 대한 갈등과 이민 가정의 애환을 담은 데뷔작 ‘스파 나잇’(Spa Night)으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그 해 인디 영화계를 휩쓸었다. 섬세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은 안 감독은 2018년 청각장애인 삶을 다룬 아마존 선댄스 나우의 시리즈 ‘디스 클로스’(This Close)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두 번째 장편영화 ‘드라이브웨이즈’로 2019 베를린국제영화제와 트라이베카 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았고 베를린 영화제 출품작 중 놓쳐선 안될 영화 10선에 선정되었다.
‘드라이브웨이즈’는 현재 아마존 프라임, 부두(Vudu), 애플TV 등에서 볼 수 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