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어요. 믿지 못하겠어요.”
극적인 칩인 이글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이미림(30)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밝힌 우승 소감이다.
이미림은 13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에서 연장전 끝에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미림의 메이저 첫 우승 과정은 골프 역사에 남을 만큼 극적이었다. 한 라운드에 한 번 나오기도 어려운 칩샷 홀 아웃이 무려 세 번이나 나왔다. 6번 홀(파4) 그린 주위 칩샷으로 버디를 잡은 이미림은 16번 홀(파4)에서도 더 긴 거리 칩샷으로 버디를 추가했고, 특히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는 선두에 2타 뒤처져 있다가 기적 같은 칩인 이글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펜스 근처까지 가는 바람에 이글은 고사하고 버디도 쉽지 않을 판이었다. 그러나 이미림의 칩샷은 그린 위에 두 번 정도 튀더니 내리막을 타고 구르며 깃대를 맞고 홀 안으로 향했다.
TV 중계를 맡은 한희원 해설위원이 18번 홀 칩인 이글이 나오자 “사실 6번 홀은 오르막에 거리도 짧아 칩인 버디가 나올 만도 했다”고 할 만큼 6번 홀의 ‘행운’은 별로 행운 같아 보이지도 않게 만드는 칩인 이글이었다.
넬리 코르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함께 연장에 돌입한 이미림은 ‘행운의 홀’이 된 18번 홀에서 또 유일하게 버디를 잡아 1차 연장에서 그대로 우승을 확정했다. 2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고 말 그대로 믿기 어려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3라운드까지 2타 차 3위였던 이미림은 4라운드 내내 한 번도 선두에 오르지 못하다가 마지막 18번 홀 칩인 이글로 공동 선두가 됐고, 연장에서 역전까지 이뤄냈다.
투어 통산 4승을 달성한 이미림은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잘 모르겠다. 믿지 못하겠다”고 벅찬 감정을 털어놨다. 그는 “연장을 앞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빨리 끝내자고 생각하고 쳤다”고 말하며 연장전 시작 전에 친구들로부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와라. 응원하는 사람들 많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2009년 프로로 전향한 이미림은 2014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고 있으며 LPGA 투어에서는 2014년 2승, 2017년 1승에 이어 이번에 4승을 달성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3승이 있는 이미림은 이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는 2016년 브리티시여자오픈 공동 2위가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다.